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개발사업으로 불리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결국 엄청난 손실만 남긴 채 잠정 중단됐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2006년 고속철도 건설 부채 4조5천억원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용산 철도정비창 개발계획이 시작이었다. 당시 코레일은 26조원을 투자해 자신이 소유한 부지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이후 코레일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 중이던 한강변 개발사업 중 서부이촌동 재개발 사업을 포함시켜 본 사업을 31조원 규모로 키웠다. 단군 이래 가장 큰 개발사업으로 불리던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은 국내 최고의 부동산 개발사업자인 삼성물산이 2007년 12월 사업에 전면적으로 뛰어들면서 황금알을 낳을 사업으로 평가됐고, 웬만한 국내 금융사들은 대부분 참가하는 범국가적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됐다.

하지만 용산개발사업은 2008~2009년 세계 경제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거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추가 투자자가 없어 총사업비 31조원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였고, 설사 사업이 계속된다 하더라도 과연 이자율 이상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지도 의문시됐다.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예상했던 사업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돌변하자, 사업에 투자한 30개 건설회사와 금융투자사 간에 자중지란이 일어났다. 결국 서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지난주 사업개발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가 59억원의 이자를 납부하지 못해 부도나 버렸다.

그렇다면 용산개발사업 실패로 인한 피해는 누가 봤을까. 이 사업의 비밀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는 크게 네 종류의 사업참여자가 있었다. 이들의 대차대조표를 살펴보자.

첫 번째 사업참여자는 공공기관인 코레일이다. 코레일은 8조원대의 철도정비창 부지를 댔고, 여기에 사업이 진행되며 각종 지급보증으로 2조5천억원을 투자했다. 합이 10조5천억원이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이 중 코레일이 회수할 수 있는 것은 정비창 부지인데, 개발 실패로 가격이 4조원대로 폭락한 상태다. 코레일 손실은 6조5천억원에 달한다.

두 번째는 재무적 투자자로 불리는 금융기관들이다. KB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금융기관들은 용산개발사업에 직접 지분을 투자했고, 한국투자증권 등의 증권회사들은 용산개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드림허브가 발행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이나 자산담보부증권(ABS)을 인수했다. 그런데 이들은 개발사의 파산에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자산운용금융기관들은 드림허브 투자에 대해 국민연금 자금을 이용했고, 동시에 손실 역시 국민연금이 지도록 계약해 놨다. 증권사들은 드림허브가 발행한 어음과 증권에 대해 모두 코레일이 소유한 부지를 담보로 잡고 있어 코레일에서 돈을 가져온다.

세 번째는 롯데관광개발·삼성물산과 같은 건설개발사들이다. 롯데관광개발은 1천700억원을 지분과 전환사채로 투자했고, 삼성물산은 600억원을 지분 투자 했다. 이들 두 회사가 투자한 2천200억원은 당분간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영원히 회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회사들이 코레일을 상대로 각종 소송을 벌여 투자금 일부를 받아 낼 수도 있고, 코레일이 용산개발사업을 어떤 식으로든지 재추진할 경우 직간접적으로 재참여해 손실을 만회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민자사업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정리해 보자. 용산개발 부도사태로 시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두 기관은 막대한 손실을 확실하게 입었다. 코레일은 6조5천억원, 국민연금은 1천200억원 규모다. 금융 투자자들은 손실이 없다. 부동산개발회사들은 잠정적으로 2천200억원 정도를 손해 봤으나, 시간이 좀 걸릴 뿐 손실분을 어떤 식으로든지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시민들이다. 코레일 경영진과 감독기관인 국토해양부는 무리하게 개발사업을 추진했을 뿐만 아니라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 역시 모조리 자신이 지도록 사업을 설계했다. 사실상 배임이라고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게다가 정부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손실을 메운다는 명분으로 코레일 일부에 대한 민영화 이야기를 흘리고 있다.

나랏돈이 눈먼 돈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한 작태다. 용산개발사태 책임자를 당장 처벌해야 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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