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 A씨는 "스커트 외에 바지유니폼을 개발했으니 신청하라"는 회사 공지를 보고 뛸 듯이 기뻤다. 회사 규정상 치마유니폼만 입다가 움직임이 자유로운 바지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급품 센터에서 바지 샘플을 입어 본 A씨는 크게 실망했다. '스판기' 없는 뻣뻣한 재질의 바지는 치마보다도 불편했다. A씨는 "바지를 입으라는 얘기인지, 말라는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여승무원에게 치마유니폼 착용을 강요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를 권고받은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바지유니폼을 선보였지만 치마보다 불편하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19일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지부장 권수정)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5일 "여승무원의 유니폼 선택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 스커트 외에 신규 바지유니폼을 개발·적용했다"며 "바지유니폼이 필요한 여승무원은 개별신청하라"는 공지를 띄웠다.

그런데 샘플 확인 결과 기존 치마유니폼과 마찬가지로 스판기가 전혀 없는 재질의 원단으로 만든 바지였다고 지부는 설명했다. 권수정 지부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존 치마도 스판기가 없어 움직임이 상당히 불편했는데, 바지도 스판기가 없는 뻣뻣한 재질의 원단으로 제작됐다"고 말했다. 나일론 소재의 얇고 스판기 없는 상·하의 유니폼 재질은 과거에도 지부가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권 지부장은 "승무원들의 업무특성상 앉았다 일어서거나 허리와 다리를 구부리는 일이 많은데, 이런 바지는 지급된다고 해도 불편해서 못 입는다"며 "승무원들의 업무내용과 방식을 봐 가면서 유니폼을 제작해야 하는데 그런 고려 없이 '바지유니폼을 만들었다'는 보여 주기 식 일처리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부는 바지유니폼 개선을 위해 승무원들의 의견을 모아 사측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직 샘플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승무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월 인권위로부터 "여성승무원들에게 치마유니폼 착용을 강요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유니폼으로 치마 외에 바지를 선택해 착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