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주
경제민주화
2030연대 대표

요즘 편의점을 가면 부쩍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일하는 50대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두 가지 경우다. 하나는 그 여성이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가맹점주인데 매출이 거의 없어 아르바이트생을 쓸 돈이 없기 때문에 점주가 직접 일하거나, 아니면 아이들의 학원비를 보태거나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50대 여성이 직접 집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다. 어떤 편의점 사장의 말로는 50대 여성들이 젊은 청년들보다 더 성실하고 꼼꼼해서 좋다고도 한다.

대표적으로 청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인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50대 여성들이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미간을 찌푸리고 조금만 집중해서 보면 최근에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에서도 40~50대 여성노동자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가끔 패스트푸드점 카운터 뒤쪽 주방에서 어머니뻘의 50대 여성과 10대 청소년이 웃으며 함께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꽤 훈훈한 장면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지속되는 경제침체 속에서 소득이 떨어지고 집세와 물가는 오르고 있다. 50대 여성들이 대형마트를 비롯한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 노동에 나선 지는 이미 오래됐다.

기존에는 50대들이 일하는 노동의 현장이 주로 대형마트나 할인매장과 같은 곳이었다면 이제는 그 규모가 더 많아지면서 청년들이 주로 일하는 편의점·패스트푸드점·패밀리 레스토랑 등 단시간 노동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슬프게도 생활비를 벌기 위한 어머니 세대와 등록금을 벌기 위한 대학생 자녀들이 저임금의 단시간 노동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세대 간에 저임금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4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일리노이주에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기업들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부모들이 시간당 7달러의 최저임금을 받는 저임금 일자리를 두고 그들의 자녀들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일본 역시 전통적으로 단시간 노동을 차지하던 40대 이상의 주부들의 일자리에 니트족을 비롯한 청년들이 진출하고 있어 홍역을 앓은 지 좀 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그 저임금·단시간 노동 일자리를 두고 어느 특정세대에게 우선권을 주거나 서로를 경쟁시키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최근까지 전 세계가 겪은 공통된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 하락하고 저임금 노동이 증가하며 고용이 불안정해진 것이고 그 1차적인 피해대상이 여성·청년·노인이었음을 상기한다면 문제의 해결책은 오히려 더 근본적인 곳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청년들의 노동문제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청년들이 무언가 더 특별한 노동을 하고 있거나 전혀 새로운 어떤 산업에서 신기한 고용형태로 일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실 ‘청년노동’이라는 단어는 저임금·장시간·비정규직 노동의 다른 말이다. 다만 그 앞에 청년·여성·노인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저임금·장시간·불안정 노동이 왜 특정 대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특정 젠더에, 특정 연령에 가혹하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사회에 되묻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차이에도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모색한다는 의미다. 특별한 어떤 노동이 아니라 평범하고 일반적인 노동이 되고 싶고 돼야 하는 노동인 것이다.

어느 수도사 시인의 시구처럼 파도에 휩쓸려 가는 것이 모래사장이어도 그것은 대륙의 상실이다, 마찬가지로 아직 여리기 그지없는 청년들의 노동이 어딘가에서 충분히 존중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우리 사회 전체 노동권의 상실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사실 우리 사회는 이미 그들의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을 기반으로 소비하며 생산하고 판매하며 유지되고 있다. 좀 더 작아 보이는 것에 더 연대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는 그들의 이야기에 한 번 더 귀 기울이는 것이 모든 사회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나는 믿는다.

경제민주화2030연대 대표 (haruka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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