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로 예정된 제7기 민주노총 임원선거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민주노총 안팎의 선거분위기가 예전만 못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기호 1번 이갑용-강진수 후보조(위원장·사무총장)와 기호 2번 백석근-전병덕 후보조는 △정치세력화 △조직화전략사업 △산별노조 강화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며 경쟁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이갑용·백석근 위원장 후보를 만나 민주노총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과 계획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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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지난 16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만난 이갑용(54·사진) 후보는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관련해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를 했던 쪽과 단절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원직선제와 관련해 “상대팀 후보들이 직선제를 실시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으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이 임원직선제를 실시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역본부 강화론과 산별노조 만능주의 경계론을 펼치면서 “산별연맹에 집중된 권한을 일정부분 지역본부에 이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출마한 배경은. 차기 위원장으로 적임자라고 보는 이유는.

“현재 임원선거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을 보면 유세를 하면서 ‘표를 달라’고 한다. 지난 집행부들이 중도사퇴한 것은 수석부위원장 비리와 성폭행 사건, 직선제 관련 규약위반이 원인이었다. 그런데 그 집행부를 만든 정파가 반성을 하지 않고 표만 달라고 한다. 민주노총은 그들과 단절해야 한다. 그들이 당선되면 임원직선제는 물 건너갈 것이 뻔하다. 또 통합진보당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출마한 것이다. 상대팀이 (직선제 등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 1년9개월의 짧은 임기다. 당선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

“과거 정치세력화를 잘못했던 것은 특정 정파가 민주노총을 좌지우지했기 때문이다. 전부 드러내고 새로 시작할 것이다. 정파적으로 휘둘리는 민주노총의 모습을 알려 내고 정리해야 한다.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만들겠다. 투쟁 없는 정치가 무슨 소용이 있나.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내부정리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 직선제 실시를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 ‘빵꾸 난 민주노총’, ‘결별’과 ‘청산’을 자주 언급했는데.

“과거의 일을 있는 그대로 밝혀내야 한다. 후속조치도 시급하다. 잘못된 과거에 대한 처방이 필요하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간 집행부는 진단마저 안 했다. 정화할 능력도 없었다. 성폭행 등의 문제도 정파의 힘으로 묻어 버렸다. 그 당사자들이 득세해 있다. 제도개선 등의 방법을 찾아내고 이를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새로 시작한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 임기 동안 직선제 준비가 가능한가.

“지난 집행부는 의지가 없었다. 재정도 모으지 않고 준비도 안 했다. 의지가 있으면 직선제 기금 15억원은 모았을 텐데, 이걸 운영비로 다 써 버린 것은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다. 대부분 지역본부와 산별노조들이 직선제를 하고 있는데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일부 지역본부 선거에서 나타난 부정시비는 총연맹 중앙이 바로잡으면 된다. 조사를 해서 부정선거를 한 당사자를 제명하면 된다. 이러이러한 문제로 못한다는 게 아니고, 이러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준비와 내공이 없었던 것이다. 저들이 준비를 안 하는 동안 우리는 많은 제안을 했고 많은 준비를 했다.”

- 정치세력화와 관련해 좌파정치를 강조하는데.

“과거 민주노총이 했던 배타적 지지라는 의미를 잘 봐야 한다. 절대적 지지가 아니라 견제하면서 지지하는 것이다. 이제는 배타적 지지를 했던 이들을 배척해야 한다. 좌파의 정의도 새롭게 내려야 한다. 새누리당 등은 극우세력이다. 민주통합당은 건전한 우파이고 거기에 손발을 맞춘 사람도 우파다. 민주통합당과 손을 잡았던 이들은 전부 (민주통합당으로) 가 버렸다. 그 외에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민중들이 좌파다. 투쟁하지 않는 노동자, 정치권에 기대는 노동자, 이들이 우파다. 그렇게 보면 민주노총에는 좌파가 득실대지만 득세를 하지 못할 뿐이다. 정치권의 떡고물이 필요한 사람은 (기존 정당으로) 가면 되는 것이고, 우리에겐 투쟁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 지난해 총·대선에서 민주통합당과 손잡지 않은 정당과의 관계는.

“얼마든지 함께 논의할 수 있다. 정당을 새로 만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출마)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지역에 가면 낙하산들이 출마를 하고 노동자들에게는 자리를 주지 않는다. 당선 가능성은 낮아도 선거공간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노동자들은 많다. 노동자·농민·철거민·학생 등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정치세력화다.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의 명함을 들고 당선되는 게 정치세력화는 아니다. 그동안 (옛 민주노동당 등에서는) 내부에 검증시스템이 없었다. 이제는 민주노총이 (정당과 선거를) 통제해야 한다. 비판적 지지는 그만해야 한다.”

- 민주노총 내에서 산별노조 재구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데.

“산별노조 위원장들도 스스로 산별노조운동은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제2의 산별노조운동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산별노조가 노동운동의 정점은 아니다. 투쟁은 지역에서 가장 많이 벌어지는데 지역재정은 약하다. 여기에 산별조직이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공약에서 지역본부 강화를 내세웠다. 산별연맹의 권력을 일정부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엄밀히 말하면 산별연맹은 협의체다. 지역에 권한을 줘야 한다. 연맹 위원장들이 통 크게 권한을 지역본부에 줘야 한다.

그런데 지역이 투쟁하는데 산별노조가 막는 일도 생기고 있다. 산별노조 발전이나 강화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지역본부로의 권한 이양, 산별연맹과 지역본부의 연결고리 확대도 임기 내에 이뤄야 할 과제다.”

-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에 대한 계획은.

“여러 개의 담당조직을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당선되면 총연맹 내에 두 개의 센터를 만들어 이를 중심으로 사업이 돌아가게 할 것이다. 하나는 각종 투쟁을 담당하는 기구다. 산재해 있는 현안별·사업장별 공동투쟁본부를 한데 모아 각종 투쟁과 조직사업을 담당하게 할 것이다. 민주노총이 투쟁의 구심이 돼야 조직률을 확대할 수 있다. 정책·연구사업은 (가칭)자본이데올로기 대응센터를 만들어 추진할 것이다. 두 기구를 활발히 운영하면서 미조직·비정규직 사업을 강화할 생각이다.”

- 대정부 관계나 사회적 대화에 관한 구상이 있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만 민주노총을 고립시킨 게 아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도 그랬다. 투쟁을 안 하니까 고립되는 것이다. 어려울 때 민주노총이 나서지 않으니까 국민과 조합원들의 엄호가 없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투쟁의 구심이 되면 고립되지 않는다. 협상은 싸움에서 나온다. 98년 사회적 대타협을 경험했다. 전교조에 노동2권을 보장하기로 합의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1.5권으로 후퇴했다. 그게 노사정 대타협의 실체다.”

- 한국노총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투쟁에 연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발목 잡히는 연대는 안 한다. (한국노총이) 뒤에서 협상해 발목 잡힌 경우가 많다.”

 

[약력] 이갑용 후보는

90년 현대중공업노조의 골리앗투쟁을 주도했다. 이후 현대중공업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제2대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한 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총 후보로 울산 동구청장에 당선됐다. 울산 동구청장 재직 시절 공무원노조 파업 참가들을 징계하라는 정부 방침을 거부해 직무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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