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세계는 바야흐로 임금인상 중이다. 그런데 협상 테이블에 오른 선수가 달라졌다. 돈줄을 쥐고 있는 사용자 맞은편에 앉은 이는 노조가 아니다. 정부가 나서 기업들에게 임금인상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이달 13일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안을 100% 수용했다고 밝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도요타노조는 올해 정기승급분 인상과 함께 5개월치 일시금(보너스) 205만엔을 요구했다. 회사는 이를 수용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2천353만원. 적지 않은 액수다. 정기승급분까지 포함하면 도요타 노동자들의 올해 연봉은 5.5%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인상 폭이다.

혼다와 닛산자동차도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2008년 이후 임금인상을 자제해 온 히타치와 도시바 등 전자업체들도 임금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임금인상에 나선 것은 엔화가치 하락으로 실적이 개선된 이유도 있지만 아베 정권의 요구가 컸다. 일본 정부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물가상승에 비하면 임금인상이 턱없이 부족했다"며 기업에 소비진작을 위한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미국도 나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첫 국정연설 화두로 최저임금을 꺼내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시급 7.25달러(7천800원)인 최저임금을 2015년까지 9달러(9천700원)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석학들이 가세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불을 지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지난달 17일자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미국 최저임금이 물가에 40년이나 뒤처져 있다"며 "노동자들은 밀이나 콩 같은 원자재 상품이 아니며, 임금을 약간 올린다고 대규모 감원 바람이 불 것이라는 주장은 낭설"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 바람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산층 부활'을 노린 것이다. 최저임금을 시급 9달러로 올리면 주 40시간 일하는 노동자의 연간수입은 3천달러 늘어난다. 임금이 오르면 의료보험 수입도 대폭 늘어나기 때문에 재정난을 타개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곧 본격적인 임금협상이 시작된다. 한국노총은 월 24만1천원 인상을 요구했다. 정규직은 총액 대비 8.1%, 비정규직은 17.5% 오른 금액이다. 민주노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물론 최저임금 노동자 모두 월 21만9천원 올려야 한다는 '동일정액 인상안'을 지침으로 제시했다.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5천910원으로, 지난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다.

고용률 70% 달성, 중산층 70% 복원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박근혜 정부는 조만간 일자리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3년간(2008~2011년) 실질임금 상승률이 0.58%(1만6천원)에 머물러 있는 현실에서 어떤 카드를 꺼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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