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의 과도한 징계 스트레스로 자살한 기관사에게 산업재해 승인이 내려졌다. 그동안 업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자살한 기관사들에 대한 산재를 불승인하거나 승인 과정이 까다로웠던 전례를 봤을 때 근로복지공단의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다.

공단 관악지사는 지난해 6월 자살한 기관사 최아무개(46)씨의 유족이 제기한 산재신청에 대해 14일 "징계와 직무에 따른 업무상재해가 인정된다"며 산재로 승인했다. 유족들은 장의비와 함께 매달 연금을 받게 됐다.

최씨는 지난해 1월 오산대역에서 정지위치를 200미터 지나는 운행장애를 일으켜 직위해제됐다. 직위해제 기간 43일 동안 매일 독방에서 운전규정을 필사하고 청소를 했다. 정신교육도 받았다.

같은해 2월 현장에 복귀하자 코레일은 그에게 인증심의를 받게 했고, 3개월 감봉징계까지 내렸다. 동료들에게는 지도·감독 소홀에 따른 경고조치가 내려졌다.

동료들에 대한 죄책감과 업무에 어려움을 겪던 최씨는 수차례 전출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오산대역 사고 5개월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씨의 유족들은 올해 1월29일 "고인의 자살은 징계와 직무에 따른 업무상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법률사무소 새날)는 "근무지의 제도적·환경적 문제 때문에 목숨을 끊은 기관사의 산재가 인정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권 노무사는 "사건의 발단이 된 오산대역 사고는 단순히 기관사의 실수 때문이 아니라 기관사가 처한 제도적·환경적 요인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며 "고인이 근무하던 구로승무지역의 경우 제동·운전·고장처리 방식이 제각각인 데다 노선별 열차 종류와 특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철도노조도 환영입장을 밝혔다. 박흥수 노조 철도정책연구팀장은 "그동안 여러 사고로 기관사들이 사망하는 일이 많았지만 산재승인이 대단히 까다로웠다"며 "회사측의 강압적 징계조치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기관사들의 자살에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증명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기관사들에게 심리적·물질적으로 영향을 주는 사측의 불합리한 징계조치를 지적하고 업무환경 시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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