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경영효율화와 조직·인력 효율화를 앞세워 대대적인 인력감축에 나섰던 발전공기업의 경영상태가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없었을 만큼 양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의해 강행된 발전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결국 전력산업 민영화 추진에 방해가 되는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란 게 재확인된 셈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발전노조(위원장 신현규)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13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공동주최한 '발전노동자 노동조건 및 건강실태 조사결과 사회화를 위한 전력산업 공공성에 대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제기됐다.

공유정옥 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경영효율화 및 조직·인력 측면의 효율성 증대를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는 발전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전혀 설득력이 없음이 드러난 만큼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전노조와 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 발전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조건과 건강실태조사를 실시하면서 해당 기업들의 경영현황도 분석했다.

발전사 경영상태 양호했는데도 구조조정 강행

공유정옥 연구원은 이날 5개 발전사 경영현황(2001년~2010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5개 발전 공기업 모두 구조조정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경영상태가 양호했다"며 "5개사 모두 4~10%대의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영업활동에 큰 문제가 없었고, 최대 100% 초반대의 부채비율을 나타내고 있어 양호한 상태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은 '공기업 선진화 추진 원칙'을 발표했다. 정부의 '경영효율화' 압박에 따라 5개 발전사들도 가장 먼저 인력감축에 나섰다. 이듬해 1천570명을 일괄감축한데 더해 임금인상률 억제·성과연봉제 도입·차등 임금인상·각종 수당 및 복리후생비 폐지 등을 통한 인건비 절감도 강행했다.

하지만 1천여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할 만큼 5개 발전사의 경영상태는 나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공유정옥 연구원은 "2004년과 2008년에 보였던 수익성 악화의 결정적 원인은 내부적 요인이 아닌 왜곡된 전력거래시스템에 따른 낮은 전력판매가와 비싼 재료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발전사들의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인건비와 재료비 비중을 보면 재료비는 제조원가의 80% 이상을 차지한 반면 인건비는 4% 정도밖에 안됐다. 재료비의 20분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발전산업에서 인건비는 수익성의 일차적 변수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노조탄압·구조조정, 전력품질 향상에 도움 안돼”

공유정옥 연구원은 "전력산업의 구조적인 원인을 무시한 채 발전공기업 경영효율화의 책임을 발전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정부와 발전사측의 꼼수일 뿐"이라며 "전력산업 민영화 재추진에 방해가 되는 발전노조를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용순 발전노조 사무처장은 "발전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수년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노조탄압은 과도하게 노동자들을 억제하는 효과 외에 정부가 주장하는 전력품질성 향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제 사무처장은 "프랑스 전력공사(EDF)처럼 노동자·소비자·사용자 등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며 "지금처럼 전력 품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정부차원의 획일적 평가는 시급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날 제기된 분석보고 내용을 가지고 현장 순회를 하며 전력민영화에 대한 문제점을 공론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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