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1. 피신청인은 2012년 시·도 교육청 학교 비정규직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신청인들의 단체교섭 청구에 대하여 성실하게 단체교섭을 하라.

2. 집행관은 위 명령의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한다.

3. 피신청인은 제1항 기재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신청인들에게 위반행위 1회(그 위반행위가 지속되는 경우 1일을 1회로 본다)당 100만원씩을 지급하라.

위 주문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가 충청북도를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응낙 가처분 신청에 대해 청주지방법원이 지난 1월22일 내린 결정이다.(2012카합 957)

학교비정규직노조·공공운수노조·여성노조는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학비연대회의)를 결성하고 지난해 4월4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정규직의 확대, 불평등한 처우를 시정해 보려는 최초의 교섭요구였다.

이에 대해 각 지자체는 단체교섭 당사자는 각급 학교장일 뿐 자신들이 아니라는 황당한 이유로 교섭을 거부했다. 교섭요구사실 공고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정하고 있는 어떠한 의무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조차 무시하는 지자체에 더 이상 성실한 교섭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학비연대회의는 각 지역별로 해당 지방법원에 단체교섭응낙 가처분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당연하게도 법원은 지자체를 단체교섭의 당사자인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각급 학교장은 채용절차 편의나 학교운영 자율성 등을 고려해 근로계약체결 사무를 처리하는 것일 뿐 각급 공립학교가 학교비정규 노동자의 인건비에 사용하는 재원 중 상당 부분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전입금에 의해 충당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시·도 교육청의 지침에 근거해 학교비정규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인사관리 전반 사항이 통일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들어 지자체를 교섭의 당사자인 사용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청주지법의 인용결정이 있은 후 부산·인천·대구·대전지법, 서울중앙지법에서 모두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동일한 취지의 행정법원 판결과 더불어 위 가처분 결정이 신속한 교섭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가처분 결정문이 송달되면 그때부터 결정의 취지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행관의 공시가 있고 난 뒤 의무를 이행하겠다며 버티는 교육청이 있었다. 집행관의 공시는 별도의 집행신청을 통해 이뤄지는데, 의무이행자인 지자체 및 제3자에 대해 가처분 결정의 취지를 알리는 공고의 의미 정도밖에는 없다.

이러한 교육청의 주장은 그야말로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겠다는 꼼수에 다름 아니다. 의무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간접강제금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지역에서는 현재까지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별도의 간접강제 신청을 해 둔 상태다.

정규직과의 차별을 없애고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상대는 교섭 자리를 피하기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이러는 와중에 지난달 한 달 동안에만 전국에서 6천500여명의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무더기 해고를 당했다. 이 사태를 함께 논의해야 할 상대방은 여전히 교섭을 피하고 있다.

대통령조차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15만 학교비정규 노동자를 양산한 주체인 지방자치단체는 나 몰라라 하며 노골적인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평등과 정의를 가르치는 곳이 학교다. 각 지자체는 지금이라도 성실히 교섭에 임해 아이들에게 평등이 무엇인지, 정의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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