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제 방하남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의 초대 노동부장관이 되기 위해 남은 절차는 11일 박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는 것뿐이다. 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임명한 국무위원 후보자 가운데 도덕적 흠결이 없는 몇 안 되는 인물이고 고용복지 전문가라는 점을 인정받았다. 한편에서는 소신과 철학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들었다. 환노위 의원들은 특히 노사문제 등 현안 해결능력에서 의문을 나타냈다. 취임을 앞둔 방 후보자에 대한 노사단체의 바람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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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불법파견 문제 해결, 차라리 말을 말라” 

송성훈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아산사내하청지회장

솔직히 기대하는 게 없어서 할 말이 없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불법파견 사업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태도를 보면 화가 치민다. 노동부는 불법파견이라고 판정을 내린 뒤 자신들은 할 게 없다며 조사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가 직권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많다. 예컨대 법에 따라 무허가 불법파견 사업장에 대한 폐쇄조치도 할 수 있다.

방하남 노동부장관 후보자가 말로만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립서비스에 그칠 거라면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좋겠다.

이마트 불법파견 문제도 마찬가지다. 불법파견 사실을 적발하고도 사업주 처벌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범죄를 저지른 기업주가 인심 쓰듯이 정규직화하고, 마치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포장하고 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으면 한다. 법과 원칙에 따른 노동부의 역할을 포기할 것이라면 차라리 불법파견을 이대로 유지하는 게 살 길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맞다. 방 후보자가 말로만 비정규직 문제를 챙기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교원노조법 한계 분명, 해고자 아픔 껴안길”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

사람은 남의 아픔에 함께할 수 있다. 그건 인간이 가진 양심 때문이다. 새 장관은 해고의 아픔을 경험해 보지 못했겠지만, 오랜 기간 실직과 해고에 아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양심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일자리수를 세기 전에 일자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임을 아는 사람이었으면 더욱 좋겠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래 왔듯, 전교조 선생님들 또한 해고의 고통을 안고 살아왔다. 89년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 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나서면서 집단해고의 역사가 시작됐다. 1천500여명의 유례없는 해고로 시작한 전교조에서는 지금도 해고의 아픔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는 방증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노골화하면서 부당하게 해고된 교사가 62명에 이르렀다. 해고사유는 시국선언·진보정당 후원·일제고사 거부·사립학교 비리 투쟁·교육감 선거운동 지원 등이다. 교사들에게 헌법상의 정치적 기본권과 최소한의 교육권이 부여되지 못해 발생한 일들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전교조는 교육과학기술부와 단체교섭을 단 한 번도 진행하지 못했다. 교육정책은 교섭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단체교섭을 해태해 왔다. 제한된 노동2권만 보장돼 있는 교원노조법의 한계다. 단체교섭권 해태에 이어 단결권까지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ILO)는 시정을 권고했다. 단체교섭 해태를 밥 먹듯이 하고 있을뿐더러 사실상 노조설립을 허가제로 하고 있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교사와 공무원노조에게 온전히 부여하고 있는 단체행동권조차 한국 정부는 예외로 하고 있는 것이 이 땅의 엄연한 현실이다. 역사의 시계는 노동3권으로 향해야 하는데, 우리는 노동1권조차 부정하는 시대의 역행을 경험하고 있다. 엊그제 만난 스웨덴 교원노조 조합원인 스웨덴 웁살라대학생 마틴슨은 “민주주의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장관이 곱씹어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원장

대선 공약이나 국정 목표, 내각과 청와대 인선 등 곳곳에서 ‘노동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신임 노동부장관은 내부인사를 통해 이 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경제논리나 성장논리가 청와대나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극성을 부리는 것을 차단하고, 노동-고용-복지의 균형을 관철해야 한다. 법과 질서를 극단으로 밀어붙이거나 치안논리가 판을 치는 것을 경계하고 지양해야 한다.

지난 정부의 인사·행정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토대로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동안 인사 및 정책기조와 관련해 조직 안팎에서 많은 논란이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른바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비판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용노동정책의 수장으로서 노동부장관은 노동존중의 고용노동정책과 대등한 노사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새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노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노동존중의 고용노동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배제정책을 노동존중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노동배제정책으로 노사관계의 주도권이 사용자 쪽으로 넘어가면서 비정규직뿐 아니라 정규직 역시 생산성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고, 이로 인해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고 있다. 노사 간 불균등한 부의 분배는 내수를 침체시켜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해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지금 벼랑 끝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외침을 경청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을 우선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현장 중심의 노동행정을 추진해야 한다.

“시급한 노사현안에 대한 해결의지 보여야”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

고용을 넘어선 노동문제 전반과 핵심 영역인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부족이 방하남 노동부장관에 대한 세간의 평이었다. 그리고 최근의 인사청문회는 ‘문도어맹’이라는 말이 있듯 마치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길을 묻는 양 답답했으며, 사실상 장관에 대한 우려를 확증해 준 자리였다. 따라서 별반 기대를 할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신임 장관에 대한 바람이자 책무를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쌍용차·현대차·유성·재능교육·공무원노조·전교조 등 시급한 노사현안에 대한 해결의지를 보여 주기를 바란다. 이 현안들은 사회통합을 이루겠다는 정권에서 노동부장관으로서 가장 책임감을 느껴야 할 첨예한 갈등의 영역이다. 그중에서도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는 우리 국민의 대표적인 불안요소다. 반드시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로지 돈벌이를 위해 남용돼 온 불법파견을 근절하고, 상시업무의 정규직화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 고용향상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묻지마 고용’을 늘리지 말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향상된 분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란 곧 생존권 및 노동기본권 보장과 균형적인 노사관계가 관건이다. 따라서 노사관계에 대한 공정한 시각과 노동권 보호는 노동부장관의 기본 책무로서 거듭 강조돼야 한다. 이전 정권의 친기업·반노동 기조는 노사관계를 파탄시키고 저임금 체제를 양산했다. 신임 장관은 전향적인 노조법 개정과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통해 이전 정권과 다른 면모를 보여야 한다.

“법과 원칙, 대화·상생의 노사관계 만들어 주시길” 

남용우
한국경총
노사대책본부장

법과 원칙이 살아 있는 노사관계 풍토를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린다. 규칙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거나 지켜지지 않는다면 공정한 시합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법과 원칙이 바로 서야 노사 간 대화와 협력이 늘고 교섭도 원만하게 진행되면서 분규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 등 세계 주요 학술회의에서도 늘 우리나라의 후진적 노사관계를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새 정부에서는 타협과 협력, 상생의 노사관계를 촉진할 수 있는 법·제도가 많이 만들어지고 그런 관행이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인사청문회 때 방하남 장관 후보자가 “현장을 많이 다니면서 노사관계를 살피겠다”고 했는데, 장관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은 개별 노사관계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으리라고 판단된다. 예전에 한 전직 장관께서도 “재임 시절 오히려 현장방문을 자제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장관이 현장을 방문하면 노조의 기대심리가 증가해 오히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은 경우가 많더라는 고백이었다. 거시적이고 큰 틀에서 노사관계를 안정화시키는 활동을 해 줬으면 한다.

현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고용률 70% 달성이다. 5년 동안 240만개, 해마다 40만~50만개 정도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다. 전체 노동시장에서 볼 때 대기업이나 정규직에 대한 고용은 경직성이 크다. 전체적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질을 높이는 것에 반대하진 않지만 균형된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업·정규직의 고용유연성은 확대해야 한다. 과도한 보호는 풀면서 일자리를 늘려야 고용률 70%를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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