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서울 서초구 어디 드높은 빌딩 앞. 꽃 한 송이 손에 쥐고 황상기씨 오늘 또 그 자리 지켜 섰다. 딸 향한 사랑 고백이 내리 6년이다. 메아리 없어 외사랑이다. 그래도 한없어 내리사랑이다. 끝 모를 황천길이 아직 멀어 황상기씨 오늘 또 꽃을 들었다. 손때 묻은 영정을 매만지고 닦고 또 매만진다. 꿈쩍 않는 검은 빌딩 앞 인도 한편에 영정 주욱 늘어놓고 황상기씨 꼼짝 않는다. 사랑 고백 절절한 편지를 읽는다. "유미야, 네가 보고 싶다"고 펼침막에 적었다. 씰룩거리던 볼 깊은 주름 타고 뜨거운 물 흐른다. 자식 앞세운 죄가 오늘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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