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장애인들의 투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제도는 지난 2007년 5월 시행됐다. 장애인들은 가족이나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활동보조서비스를 통해 외출하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활동보조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전국 각지에서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3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여성이 85%를 차지한다. 4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중고령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활동보조인은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성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활동보조인의 노동권을 보장받고 부당한 대우를 개선하기 위해 이달 2일 전국활동보조인노조가 출범했다. 6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배정학(46·사진) 위원장은 “활동보조인들은 스스로 ‘노동자’라는 인식보다는 반찬값이나 아이 학원비를 벌기 위해 봉사를 한다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한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진짜 사장, 복지부 나와라”

배 위원장은 장애인인권운동을 한 인연으로 2008년부터 활동보조인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2007년 제도가 시행된 이후 수년간 수가가 오르지 않았다. 개별 현장에서 이용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조직적으로 표출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소수의 활동보조인이 2009년 3월 활동보조인 권리찾기 소모임을 만들었다.

배 위원장은 “지난해 1월 활동보조인연대가 출범한 이후 노조설립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노조설립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 주범(?)은 보건복지부였다. 장애인활동보조제도 개선위원회에는 정부와 장애인단체가 참여하지만 정작 서비스 제공의 한 주체인 활동보조인은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활동보조인연대가 대표성이 없다며 공식 논의기구에서 배제했어요. 활동보조인연대를 장애인운동단체가 만든 유령단체로 규정하더라고요. 활동보조인이 노동조합이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갖고 복지부에 문제제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배 위원장은 “활동보조인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곳은 복지부밖에 없다”며 “활동보조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할 게 아니라 진짜 사장인 복지부가 활동보조인을 고용하고 직접운영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당한 현실 토로할 곳 없어 … 고충처리기구 필요"

“중증장애인의 이동을 돕다 보면 어깨·허리·무릎에 무리가 가서 근골격계질환이 발생하기 쉬워요. 산업재해를 신청하면 기관 평가에 불이익이 갈까 봐 중개기관에서는 적극 나서지 않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가 아닌 퇴행성 질환이라고 규정하면 입증할 길이 없어요.”

활동보조인은 산재보험에 가입해 있지만 산업재해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관계기관의 비협조로 방치돼 있는 셈이다. 배 위원장은 “활동보조인은 5년을 일했든 처음 일하든 간에 시급이 똑같다”며 “연속성에 대한 대우가 없고 연차수당·주휴수당도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용인이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하면 그날부터 실업자가 돼요. 고용이 불안정하죠. 업무범위가 불명확해서 이용인이 설거지를 잔뜩 쌓아 놓고 시키거나 건물 청소를 시키는 일도 있고요. 그래도 일이 끊길까 봐 참고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활동보조인노조는 복지부에 활동보조인 고충처리를 위한 기구 설치와 제도 개선위원회에 활동보조인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배 위원장은 “활동보조인의 인권침해와 노동권 침해에 대해 노조가 적극적으로 입장을 대변할 것”이라며 “여러 운동단체와 연대해 복지부가 공공적인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조합원들이 활동보조 일을 시작한 계기를 들어보면 단순해요. 아픈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다, 일거리도 찾으면서 좋은 역할을 하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일을 시작해요. 그런데 막상 일을 하면 갈등과 상처가 너무 커요. 이분들이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일할 수 있도록 노조가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활동보조인은 생활임금을, 장애인은 생활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단체들과 연대할 겁니다. 지켜봐 주세요."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