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조교사 면허시험을 놓고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위원장 윤창수)와 마사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마사회는 지난달 경마 조교사 시험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경마시행세칙(제41조)을 개정했다. 마사회는 개정된 세칙에서 '마필관리사 12년 이상 조교보 경력 3년 이상'에서 '마필관리사 12년 이상 조교보 자격 취득 3년 이상'으로 완화했다. 조교사는 마필의 전반적인 훈련과 경주진행을 총감독하는 사람이다. 마필관리사노조는 세칙 개정 철회를 촉구하며 조합원 삭발과 조교보·조교승인 자격증 반납투쟁에 돌입했다. 개정 반대를 요구하는 조합원 367명도 탄원서를 마사회에 제출했다.

그럼에도 마사회는 최근 면허시험 공고를 강행했다. 겉으로는 단순히 면허시험 완화에 따른 대립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윤창수(51·사진) 위원장은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과천에 있는 서울경마장 노조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경마 유관단체들의 집단반발로 무산된 '한국경마발전 중장기계획'을 마사회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개정 경마시행세칙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세칙 개정을 철회시키겠다"고 말했다.

한국경마발전 중장기계획을 둘러싼 마사회와 경마유관단체 간 갈등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림부와 마사회는 경마 경쟁성 강화를 위해 고용주체 변화·조교사 면허완화 및 개방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수익금 중 일부를 경마단체에 나눠 주는 경주협력금과 경주에 나가기만 하면 주는 출주상금을 없애고, 순위별 상금격차를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그럴 경우 마필관리사들은 개별고용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최소한의 기본임금조차 보장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유관단체들의 집단반발로 경마 역사 85년 만에 경마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중장기계획도 중단됐다. 그런 상황에서 마사회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중장기계획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윤 위원장은 "노조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관리두수를 줄여 조교사 정원을 늘려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며 "마사회가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한다면 시험을 더 자주 치르고, 난이도를 조절해 공정하게 시험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마시행세칙 개정은 그간 인사적체로 청춘을 바쳐 시험을 기다려 온 기존 대상자들을 쓸모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탁상행정"이라며 "선후배 간 갈등을 일으켜 조직분열마저 조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개정 세칙이 마필관리사의 고용을 개별고용으로 바꾸는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무산된 중장기계획의 최종 목표는 마필관리사 개별고용과 경주협력금 폐지·위탁관리비 실적급 지급 등 경쟁강화였다.

서울경마장은 설립 당시 조교사와 마필관리사 모두 마사회에 고용돼 있었다. 이후 93년 아웃소싱되면서 조교사들이 개인사업주가 됐다. 마필관리사는 사단법인 조교사협회 소속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부산경마장과 제주경마장은 출범부터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개별고용했다. 서울에서도 여러 차례 개별고용 움직임이 있었지만 노조 반발로 무산됐다.

서울경마장은 조교사협회가 마필관리사의 임금과 복지를 일괄 관리한다. 제주경마장은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개별적으로 고용하는 것은 부산경마장과 같지만, 조교사협회가 노조와 교섭을 통해 임금·복지를 관리한다. 반면 부산경마장은 경마의 효율화라는 미명하에 완전 경쟁시스템이 정착됐다. 개별고용에 따른 마필관리사의 처우는 천차만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직률이 높다. 조교사들은 마필관리사를 구하기가 힘들어 외국인 마필관리사까지 고용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경마업계는 전국 사고율 1위인 산재사업장"이라며 "마사회 목표대로 개별고용마저 확대되면 경마장은 무한경쟁 속에 목숨 걸고 일해야 하는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사회는 "응시자격 완화를 통해 마필관리사의 조교사 면허 취득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경마시행세칙을 개정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경마산업과 역사를 잘 모르는 대중을 호도하고 젊은 마필관리사들을 기만하기 위한 꼼수"라며 "세칙을 개정하려면 피해를 볼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도 거쳤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마사회가 진정으로 마필관리사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회를 열고 그 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집단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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