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전국불안정
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콜트·콜텍에서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들이 ‘집’에서 쫓겨났다. 비가 쏟아지던 지난 1일 아침, 노동자들은 옷가지조차 챙기지 못한 채 법원의 대체집행을 이유로 공장 밖으로 들려나왔다. 버려진 그 공장에서 함께해 왔던 예술가들도 공장 밖으로 쫓겨났다. 그렇게 공장에서 밀려난 노동자들과 예술가들은 다음날 용역들과 경찰의 벽을 뚫고 다시 공장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 공장에서 예술가와 노동자들이 만난 것은 버려지고 훼손된 작품들이었다. 용역들은 대체집행이 허용된 범위를 넘어 작품에 손을 대고 함부로 버렸다. 그리고 5일 다시 경찰이 투입돼 자신의 공간을 지키던 노동자들과 예술가들을 강제로 연행했다. 죄목은 주거침입이었다.

콜트악기는 기타를 만드는 회사다. 세상을 노래하고 아름다워야 할 악기회사의 회장은 노동자들과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파괴했다. 국내 굴지의 기타제조업체이고, 10년간 170억원의 순이익을 남긴 콜트악기가 2006년 한 해의 손실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공장을 폐쇄했다. 누가 보더라도 부당한 정리해고였고 부당한 공장폐쇄였다. 임금을 최저임금에 맞추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더 싼값에 노동자들을 부려먹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려고 노동자들을 쫓아내 버린 것이다. 당연히 대법원은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지방노동위원회는 공장을 폐쇄하고 다시 해고한 것에 대해 부당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그 사이 사측은 공장을 팔아먹었고 이제 노동자들에게는 공장에 대한 아무 권한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정리해고가 얼마나 쉽게 이뤄질 수 있는지 콜트·콜텍의 사례를 보며 확인한다. 정리해고를 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파산에 이를 정도의 위기가 아니라 사업의 인수와 양도·합병도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에 포함된다고 한다. 장래에 올 수 있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리해고도 인정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콜트·콜텍처럼 저임금을 따라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공장을 폐쇄하는 경우에도 정리해고를 인정하려고 한다. 이렇게 노동자들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보니 기업들이 정리해고를 손쉬운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해고가 진행되면 노동자들은 아무런 권리를 갖지 못한다. 경영권에 관한 사항이므로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동자들을 처벌한다. 그 정리해고가 잘못된 것이라면 당연히 그 투쟁이 정당성을 얻게 되지만 콜트·콜텍처럼 공장을 폐쇄하고 다른 곳에 팔아 버리면 노동자들이 그곳에서 농성할 권리가 없다고 말한다. 콜트악기 사장은 재계순위 120위를 자랑하며 부를 쌓아 올리고 있는데, 최저임금밖에 받지 못하면서 그 공장을 세우는 과정에서 피와 땀을 쏟았던 노동자들에게는 그 공장에 대해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에게 주거침입죄가 적용되는 것은 자본주의적인 소유관계가 얼마나 냉혹하고 부당한지를 보여 준다. 그 공장에서 만들어 낸 부는 온전히 자본가가 독차지했고 노동자는 내쫓겼다. 그런데 그 공간의 권리가 자본가들에게만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법원에 맞서 그것이 잘못됐다고 말한 이들이 바로 예술가들이다. 그들은 기타를 만든 공장은 기타를 만든 이들의 것이고, 임의로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느라 버려 놓은 공장은 그 기타로 노래를 만들고 세상을 밝게 만드는 예술가들의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의 소유’라는 허울 좋은 쪼가리에서 눈을 돌려 더 넓게 볼 수 있다면, 공장이 결코 ‘자본가만의 것’이 아니라는 진실이 보인다고 말한다. 공장에서는 매주 미사와 음악회가 열렸으며, 예술가들의 전시회가 열렸고,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이 밥을 함께 먹으며 희망을 밝혔다. 공장은 노동자들이 점거를 한 순간 가장 아름답고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그곳에는 충전소가 들어선다고 한다. 매일 공장을 뜯는 소리가 들린다. 용역과 경찰들의 호위 아래 공사가 진행되고 나면, 그 공간에서는 또다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피곤한 몸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곳에서 수많은 돈을 벌어들인 자본가들은 재계순위를 논하며 다시 떵떵거릴 것이다.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자기 권리를 요구하려고 하면 또다시 내쫓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들은 타인의 공간을 침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세워 왔으나 권리를 빼앗긴 그 공간에 대해 “우리의 공간”이라고 선언했다. 공장에서 농성한 것은 죄악이 아니다. 오히려 소유관계를 내세워 노동자의 삶과 예술을 파괴하는 행위가 죄악이다. 이제 공장은 노동자들과 예술가들의 것이어야 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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