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욱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1. 사건의 개요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의 2010년 쟁의행위 이후 회사측의 사주로 기업노조(발레오전장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총회가 2010년 5월19일과 6월7일 두 차례 있었다. 회사측과 기업노조에서는 조직형태 변경 안건이 가결됐으므로 발레오만도지회가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지회의 사무실을 폐쇄하고 일상적인 조합활동을 탄압한 것은 물론 징계절차에 있어서도 기업노조 위원장이 참여하는 등 금속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무시했다. 조합비 체크오프도 금속노조가 아닌 기업노조에게만 시행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위원장 및 발레오만도지회장 등이 조직형태 변경 총회가 무효임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서울중앙지법 선고 2010가합124798)과 2심(서울고등법원 선고 2011나79540)에서 모두 조직형태 변경이 무효라고 판결나 현재 발레오전장노조측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발레오전장 회사는 법원의 거듭된 무효확인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발레오전장노조만을 지원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발레오노조가 신설됐다. 회사측은 발레오전장노조와 민주발레오노조만이 복수노조라고 주장하면서 이 2개 노조 간에 창구단일화 절차를 개시했다가 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으로 발레오만도지회를 포함시켜 다시 3개 노조를 교섭요구노조로 공고했다. 이후 진행된 대표노조 선정절차에서 노동위원회는 발레오전장이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체”가 있음을 전제로 발레오전장이 과반수노조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와 민주발레오노조는 “발레오전장노조는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의 과반수노조 이의결정 재심결정 취소를 구했다.

2. 산별노조 지회의 조직형태 변경 주체성

산별노조 지회가 독자적 노동조합으로서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①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하면서 ② 그 조직이나 조합원의 고유한 사항에 대해서는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대법원 선고 2001두5361) 이 두 가지 요건의 상호 간 관계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는데, 대법원 2006두7324 판결은 “위임 없이도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봤다. 이 사건 2심 판결을 내린 서울고등법원은 발레오만도지회가 독립한 단체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능력이 없어서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선고했다. 단체교섭권이 노동조합이 가지는 핵심적 권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리 독립된 단체성이 있더라도 독자적인 단체교섭 능력이 없다면 이를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체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즉,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이 있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한다고 해서 당연히 독자적 단체교섭과 협약체결 능력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위 2가지 요건은 별개의 요건이고 2가지 요건이 모두 갖춰져야만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체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대상 판결에서도 같은 결론이었다.

3.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

한편 위와 같은 금속노조의 주장에 대해 발레오전장노조는 행정관청의 신고가 수리됐으므로 이것이 취소되기 전까지는 노동조합의 실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상 판결은 “노조설립 신고제도는 소관 행정관청으로 하여금 노동조합에 대한 효율적인 조직체계의 정비·관리를 통하여 노동조합이 자주성과 민주성을 갖춘 조직으로 존속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을 보호·육성하고 그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하기 위한 노동정책적인 고려에 의한 것일 뿐 설립신고를 마쳐 설립신고증이 교부됐더라도 그것만으로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으로 추정되는 것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노조설립자유주의와 신고제도를 채택한 이상 당연한 결론이다.

다음으로 비록 조직형태 변경이 무효라도 형식적으로 존재했던 조직형태변경 결의 총회가 무효행위 전환의 법리 등에 의해 별개의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결의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조직형태를 변경하려는 의사와 별개의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의사는 그 의사의 방향이 같지 아니하므로 전자의 의사로 후자를 추정할 수는 없다. 서울고등법원 2005누10097판결도 그와 같이 판시했고 대상 판결도 같은 결론이다.

4. 과반수노조에 대한 이의결정 신청사건에서 노동위원회의 심판범위

개정 노조법 제29조의2 제3항 및 제6항에서 노동위원회가 과반수노조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위원회는 기계적으로 ‘과반수’여부만을 판단해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전의 절차에서 문제가 됐던 사항 혹은 과반수여부를 판단하는데 전제가 되는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에 대해서도 심판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노조법에서는 교섭대표노조가 자율적으로 결정되지 않는 경우 과반수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에서 조합원수 산정방식에 관해 구체적인 규정까지 둔 바 있어 노동위원회는 시행령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 ‘조합원 수’만을 심판할 권한밖에 없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는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해석이다.

이에 대해 대상 판결은 “노동조합이라고 주장하는 단체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과반수에 해당하는 인원으로 구성된 단체라고 하더라도 해당 단체가 노조법 제2조 제4호에서 정하고 있는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있지 않다면 이를 두고 노조법 제29조의2 제3항 소정의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이 규정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교섭대표노조에 대한 이의결정 신청사건에서 교섭대표노조로 정해진 노동조합이 노조법 제2조 제4호 소정의 노동조합인지가 문제된다면 노동위원회는 설령 해당 단체가 관할관청으로부터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체적 요건을 조사하여 과반수노조로 공고된 해당 단체가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체적 요건이 인정되지 아니한 경우라면 교섭대표노조에 대한 이의결정 신청을 받아들였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서 매우 큰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는 노동위원회가 그 이전 절차에서의 하자를 심판할 권한이 전혀 없다면 이는 노동위원회를 통해 신속하게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하도록 한 개정 노조법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판시는 타당하다.

5. 결어

앞서 본 바와 같이 독립된 단체성이 인정되더라도 위임 없이도 독자적인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능력이 없다면 이는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질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그리고 행정관청의 설립신고 수리는 행정적인 목적에서 이뤄진 것에 불과하므로 노조설립 신고가 수리됐다고 해서 노동조합이 그 실체를 갖춘 것으로 볼 수도 없다.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서 매우 큰 권한을 행사하게 된 노동위원회는 과반수노조 이의결정에 대한 판단 시에 그 전제되는 사실인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심판할 권한과 의무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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