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섭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승리 대표)

산재보험은 사용자가 가입을 하든 안 하든 산재를 당한 노동자에게 산재급여를 지급해 준다. 만약 사용자가 산재가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재가 발생하면 노동자에게는 산재급여를 지급해 주고 사용자에게 50%를 구상한다. 그러나 산재보험처럼 의무가입을 해야 하는 국민연금은 사용자가 가입을 하지 않거나 늦게 가입을 한 경우 또는 보험료를 제때 납부하지 않은 경우 노동자가 혜택을 전혀 못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한국에 일하러 왔던 스물세 살의 타이 출신 노동자 캄핌데샤는 입사한 지 두 달이 조금 안 된 시기에 전구 주변의 갓을 만드는 프레스 작업을 하다 왼쪽 손 전체가 으깨지는 끔찍한 산재사고를 당했다. 산재처리는 됐지만 캄핌데샤는 내국인과 똑같이 국민연금·의료보험·고용보험료를 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장애연금을 신청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에 갔다. 공단에서는 산재가 일어난 당시 캄핌데샤의 보험료가 납부되지 않아 장애연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 캄핌데샤는 자신이 받은 월급에서 4대 보험료를 원천징수당했는데도 회사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조금 늦게 냈다는 이유로 장애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노동자의 권리가 사용자의 국민연금 미가입 때문에, 혹은 체납에 의해 한순간에 날아가는 것이다. 왜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노동자만 피해를 봐야 하는가. 만약 캄핌데샤가 국민연금의 장애연금을 받았다면 매달 10만원 조금 넘는 돈을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돈은 타이에서 한 달을 생활할 수 있는 귀한 돈이다. 또한 이 돈을 40년간만 받는다고 해도 6천만원이나 된다.

노동자가 입사하면 회사가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고지서를 받아 국민연금을 낸다. 내국인이라 하더라도 이 사이에 산재를 당했다면 국민연금의 장애연금을 전혀 받을 수 없다. 회사가 아무리 빨리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국민연금을 내려고 해도 고지서를 받아야 낼 수 있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외국인등록증 발급에 소요되는 기간은 통상 3주일이 걸린다. 때문에 국민연금에 가입하려고 해도 한 달 반가량 사각지대가 생기게 된다.

국민연금은 산재보험과 달리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가 나뉘어 있다. 지역가입자는 자신의 보험료를 자신이 100% 납부하고, 직장가입자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각각 50%씩 부담한다. 연금보험료 납부의무자는 사용자다. 사용자가 100%를 납부하고 노동자 임금에서 50%를 원천징수하는 방식이다.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를 자신이 납부를 하지만 직장가입자는 회사가 납부를 하게 돼 있다. 보험료 미납 내지 납부 해태의 책임을 임금에서 보험료를 원천공제당한 노동자가 져야 하는 것이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심히 의문이다.

국민연금법 제85조(연금보험료의 미납에 따른 지급 제한)에는 “장애연금의 경우에는 당해 질병 또는 부상의 초진일 당시, 유족연금의 경우에는 사망일 당시 연금보험료를 낸 사실이 없는 경우 그 연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루빨리 개정해야 할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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