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국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장)

대상판례 / 수원지방법원 2011노5044 공무집행방해 등

1. 사건의 경과

2009년 6월26일 오전 10시30분께 권영국 변호사(이하 ‘피고인’이라 함)는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노동법률전문가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정리해고 반대파업이 진행 중이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이하 ‘공장’이라 함) 앞을 찾았다. 때마침 기자회견을 취재하는 등 다른 용무 차 잠시 공장 밖으로 나온 6명의 조합원들이 인도에서 체포이유도 고지 받지 못한 채 전경대원(이하 ‘전경’이라고 함)들의 방패에 둘러싸여 체포․감금당하고 있는 상황을 목격하게 됐다. 피고인은 경찰 현장지휘관과 전경들에게 조합원들을 체포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미란다원칙을 고지해 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현장지휘관과 전경들은 상당시간이 경과함에도 ‘수배자인지 체포영장발부자인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답변 외에는 조합원들에게 아무것도 고지하지 않았다. 이에 피고인은 이유 고지 없는 경찰의 체포는 미란다원칙을 위반한 위법한 체포임을 지적하고 전경들의 방패를 잡아당기며 적극적으로 항의했다. 항의에도 불구하고 체포상태는 유지됐고, 상당시간이 지나서야 경찰 현장지휘관은 조합원들에게 ‘퇴거불응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고지를 하고 조합원들을 연행하기 시작했다. 피고인 등은 미란다 원칙을 위반한 체포에 항의해 조합원들을 연행하는 전경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그 가운데 조합원들은 모두 경찰승합차량으로 연행돼 호송됐다.

상황이 종료된 후 피고인은 또 한 명의 금속노조 조합원이 공장 밖 인도에서 체포된 상황을 발견하고 전경들에게 체포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체포이유를 고지해 주든가 아니면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피고인의 항의 도중 나타난 경찰 현장지휘관은 그 조합원을 퇴거불응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고 고지하고 전경들에게 연행하라고 지시했다. 피고인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고지에 따라 체포된 조합원에 대한 변호인 접견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 현장지휘관과 전경들은 변호인 접견 요구를 묵살한 채 방패로 밀어내며 접근 자체를 봉쇄했다. 피고인은 경찰의 접견 봉쇄에 항의하며 체포된 조합원을 태운 경찰승합차량 앞으로 뛰어가 차량의 진행을 가로막은 채 변호인 접견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자 경찰 현장지휘관(당시 경기지방경찰청 기동단 807중대 류○○ 중대장)은 피고인이 경찰관의 체포업무를 방해한다며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연행했다. 검사는 피고인이 전경들의 방패를 잡아당겨 체포업무를 방해하고 전경의 손가락을 부러뜨리는 등 상해를 가했다는 이유로 공무집행방해죄와 상해죄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1심 재판부(윤진규 판사)는 피고인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재판장 윤강열 판사) 또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인용함으로써 피고인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2. 검사의 주요 항소요지와 대상판결의 내용

첫째, 이 사건에서 검사는 전경대원들이 체포이유를 고지하기 이전에 방패를 이용해 사람을 둘러싸고 이동을 제한한 조치(이른바 ‘고착관리’)는 사실상 체포가 아니라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에 근거한 즉시강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행정상 즉시강제는 그 본질상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해 불가피한 한도 내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므로, 위 조항에 의한 경찰관의 제지 조치 역시 그러한 조치가 불가피한 최소한도 내에서만 행사되도록 그 발동․행사요건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그러한 해석․적용의 범위 내에서만 우리 헌법상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 보장 조항과 그 정신 및 해석 원칙에 합치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경찰관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눈 앞에서 막 이뤄지려고 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이고, 그 행위를 제지하지 않으면 곧 인명 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상황이어서 직접 제지하는 방법 외에는 위와 같은 결과를 막을 수 없는 절박한 사태일 때에만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에 의해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평가될 수 있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도9794판결)고 함으로써 즉시강제조치의 예외성과 엄격해석의 원칙을 분명히 확인하고 있다.

또한 당시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전경들이 조합원들을 에워싸고 이동을 제한한 상황이 위 조합원들이 어떠한 범죄행위를 목전에서 저지르려고 하거나 이들의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 등 긴급을 요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므로, 전경들이 조합원 6명을 방패로 둘러싸고 이동하지 못하게 가둬 둔 ‘고착관리’ 행위는 행정상 즉시강제조치가 아니라 체포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둘째, 검사는 피의자에 대한 체포이유 등의 고지는 체포 절차가 전체적으로 종료되기 전에 이뤄지면 충분한데, 원심의 사실인정에 따르더라도 류○○ 중대장은 30 내지 40분에 걸쳐 조합원들에 대한 수배 여부와 체포영장 발부 여부 등을 확인하고 나서 체포이유 등을 고지한 것이므로 체포절차에 위법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형사소송법상의 체포이유 등 미란다원칙에 대한 고지는 체포를 위한 실력행사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달아나는 피의자를 쫓아가 붙들거나 폭력으로 대항하는 피의자를 실력으로 제압하는 경우에는 붙들거나 제압하는 과정에서 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일단 붙들거나 제압한 후에 “지체 없이” 해야 함(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도7193판결)을 분명하게 확인해 주고 있다.

위 법리에 비춰 볼 때, 조합원들을 고착관리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체포하면서도 그 이유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있다가 30~40분이 경과한 후에 피고인 등의 항의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체포이유 등을 고지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현행법 체포의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 이뤄진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셋째, 검사는 이 사건 체포행위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이뤄진 것으로서 아직 변호인으로 선임되지도 아니한 피고인은 체포이유 등의 고지 대상도 아니었으므로, 경찰 역시 피고인에게 조합원들의 체포이유를 고지할 의무가 없고, 피고인이 요구한 체포이유 고지는 체포 자체를 방해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와 같이 제3자가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공무집행 자체가 위법한 경우에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전경들이 체포이유 등을 전혀 고지하지 않은 채 조합원들을 에워싸 장시간 이동을 제한한 조치는 헌법상 국민에게 보장된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로서, 침해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현저하게 합리성을 결여한 위법한 직무행위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변호사 신분증을 손에 든 채 전경대원들과 류○○ 중대장에게 체포이유를 고지할 것을 거듭 요구하였고, 체포․감금할 때에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경찰관들의 위법한 공무집행에 강하게 항의하였는바, 그 과정에서 위법한 직무집행에 사용되고 있던 방패를 잡아당기거나 발로 걷어차는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즉 경찰관들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대해서는 제3자가 이를 방해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넷째, 검사는 피고인이 전경대원들에게 상해를 가한 행위는 방어행위를 넘는 공격행위로서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 정당방위의 성립요건 중 상당성을 결여했으므로, 상해죄에 대해 정당방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경찰관의 불법체포 및 연행행위로 침해되는 법익은 6명의 신체의 자유로서 헌법상 중요하게 보호되는 법익일 뿐 아니라, 그 침해의 정도도 6명을 약 30분 내지 40분 이상 체포한 이후 연행해 경찰승합차에 태우려 했던 것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때문에 피고인의 행위는 조합원 6명에 대한 불법체포 및 연행행위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위 6명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즉 자기의 법익뿐 아니라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의 경우에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형법 제21조의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도148 판결)고 함으로써 타인의 신체의 자유 침해에 대한 정당방위를 확인해 주고 있다.

3. 결 론

이 사건은 경찰관이 공무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미란다원칙 미고지 등 적법절차를 위반한 채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체포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서 처음부터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었던 사안이었다. 또한 피고인이 불법체포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에게 상해를 입혔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타인의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정당방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돼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대상판결은 정체불명의 ‘고착관리’ 주장을 배척하고 위 두 가지 점을 분명하게 확인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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