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공룡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에다 해양수산부 부활을 담은 정부조직개편안의 유탄을 맞고 있다. 새누리당이 새로 생기는 부처를 담당하는 상임위를 신설하는 대신 기존 상임위를 줄여 16개 상설 상임위원회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환노위와 여성가족위가 표적이 되고 있다. 환노위를 폐지하고 환경과 노동을 분리해 다른 상임위에 붙이자는 안이 백가쟁명 식으로 제출되는 모양이다. 고용노동부 업무를 보건복지위원회에 붙이거나 지식경제위원회에 붙이는 방식이다. 환노위의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 몇몇도 이런 의견을 냈다고 한다. 야당은 상임위 추가 설치를 요구하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어떤 안을 선택할지는 정치권의 협상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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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권리, 경제의 종속수단으로 전락시키나” 

권영국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장)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노동에 대해 굉장히 무지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움직임이다. 노동자들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이거나, 권리가 왜 보장돼야 하는지 그 필요성 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노동은 민생에 있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지식경제위로 편입시킨다는 발상은 노동을 경제의 수단, 하나의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발전은 구성원들의 행복한 삶이나 풍요로운 삶을 최종적 가치로 두고 이뤄져야 한다. 노동을 통해 보장받아야 할 노동자의 권리를 경제의 종속수단으로 전락시키고, 경제성장 자체를 목표로 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나올 수 있는 생각이다. 자본과 이윤을 중심으로 보고 인간을 이윤창출의 도구나 돈벌이 수단 정도로밖에 보지 않는 사고다.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환경 문제도 다른 상임위의 하위 개념으로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경제만큼 중요한 세계적 이슈가 돼 있다. 박근혜 당선자는 이런 세계적 흐름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70년대 개발독재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 

임상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

국회 환경노동위가 폐지돼 노동이 지식경제위로 간다는 말은 무엇인가. 결국 개발 뒤에 노동이 붙는 70년대 개발독재시대로 돌아간다는 것 아닌가. 박근혜 당선자가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복지의 주체이자 수혜자인 노동을 종속적이고 부차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렇게 되면 제2·제3의 전태일이 나오고, 있는 현안을 해결하기보다 이를 구조화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더구나 이 같은 상임위 개편안을 새누리당 의원들이 내놨다는 것은 박 당선자의 공약 무시·시대 역행·소통과 화합 묵살을 의미한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흡수합병과 고용노동부 기능축소 논란에 이어 환노위 폐지까지 시도되는 것은 극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히려 박 당선자의 공약이나 시대적 조류를 보면 노사정위 기능 강화와 위상 정립, 노동부 기능 확대, 환노위 위상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 반대 방향으로 가면 또다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취약 노동자에게 그 불이익이 전가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노동을 궁지로 몰아간 노동부와 그런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 노사정위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뼈저린 반성이 요구된다.

“당선자 눈치 보느라 노동자 권리와 행복 무시” 

김미정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국회 환경노동위가 폐지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상임위 개편안을 노동을 잘 아는 국회의원들이 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환노위를 해체할 경우 환경업무를 국회 보건복지위로, 노동업무를 지식경제위로 이관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이마트 등이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탄압하고 있는 사례를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보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 관련 사안을 지식경제위에서 다룬다면 사회법을 민법에 종속시키는 꼴이다.

게다가 “상임위를 늘리려면 595제곱미터 정도의 별도 회의공간이 필요하고, 예산도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환노위를 폐지한다는 것은 몰염치한 작태다. 이를 추진하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박근혜 당선자의 눈치를 보며 노동자 등 국민의 권리와 행복은 눈곱만치도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환노위 폐지에 반대한다. 지식경제위에 노동을 포함시키려는 몰상식한 작태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이 끼워 파는 상품인가” 

이은호
한국노총
언론홍보국장

노동의 끼워 팔기 시대가 도래한 것인가. 얼마 전 노사정위원회를 국민대통합위원회에 포함시킨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더니, 이번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다른 상임위와 통폐합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환노위는 지난 88년 설치된 노동위원회가 전신이다. 환노위 폐지는 결국 역사를 87년 노동자 대투쟁 시대로 돌리자는 이야기이자 국회 스스로 의무를 방기하겠다는 것이다. 담당 부처의 증가로 입법활동이 부실해지고, 소관기관이 늘어남에 따라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이 약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무엇보다 환노위 폐지설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철학의 빈곤이다. 미국·일본·영국의 의회에서 당당한 힘을 발휘하는 노동 관련 상임위가 왜 우리 국회에서는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그 이유가 공간과 예산의 문제라니 참으로 천박하다. 비정규직 차별로 드러나는 노동인권의 문제, 최저임금으로 나타나는 빈곤과 양극화의 문제, 노동시간단축과 청년실업, 정년연장과 관련한 일자리 문제 등 숱하게 많은 현안이 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동현안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지식'이나 '경제'의 관점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사안이다. 문화의 영역에서 복고는 향수를 불러올 수 있지만 정치에서 복고는 화를 부를 수 있음을 정치권이 명심하기를 바란다.

“노동온 지경위서 산업정책과 함께 다뤄야” 

황인철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경영계는 예전부터 노동 문제를 산업 문제와 함께 다뤄 달라고 요구해 왔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관인 환경과 노동을 분리해 노동을 국회 지식경제위에서 산업 문제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을 고려한 노동, 노동을 고려한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환노위 체제로는 전체 국민을 고려하면서 균형적인 노동정책을 논의하기가 어렵다. 국회는 기업과 근로자, 조합원과 비조합원, 취업자와 취업희망자 등을 균형 있게 고려해서 노동고용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들 사이에도 분명 시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모두를 함께 고려해야 하지만 실제 환노위에서는 근로자·조합원·취업자 중심의 노동정책이 주로 논의된다. 특히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10%에 불과한데, 이들 10%를 위한 논의가 주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경영계의 판단이다.

이제는 국회가 국가적인 차원, 경제와 노사관계를 함께 다루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상임위를 만들기 위해 다른 상임위를 폐지한다면 환노위를 없애고 노동 문제를 국회 지경위에서 논의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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