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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꿈, 민·주·노·조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김유정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고속버스 운전직 노동자 A씨가 있습니다. 현재 회사로부터 정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징계 사유는 동료 노동자들을 모아 체불임금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는 것과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채용비리를 저지른 노조 위원장과 회사 이사를 검찰에 고발한 것이었습니다.

회사는 애초 A씨에게 거액의 돈을 제시하면서 임금청구의 소 취하와 고발 취하를 종용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습니다. 회사는 A씨를 돈으로 회유할 수 없는 것을 알자 비열하게도 A씨와 함께하는 동료 노동자들에게 배차 불이익을 줬습니다. 회사의 압박이 두려워 A씨의 곁을 떠나는 동료도 있었지만, 그 고통을 감수하면서 A씨를 지키는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회사는 A씨를 아예 해고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유로 삼을 만한 것이 없어 위와 같이 구차한 사유를 들어 정직 처분을 한 것입니다.

어용노조는 회사의 장단에 맞춰 위 징계 처분을 근거로 A씨가 근거 없이 동료를 비방했다며 노동조합에서 제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A씨는 어용노조 간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회사가 주는 떡고물을 챙겨 자신의 안위만을 꾀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주는 갖은 핍박과 동료들의 뼈아픈 외면, 그리고 가족들의 원망 섞인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A씨는 그렇게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짊어지겠다고 합니다. 그에게는 한 가지 소중한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업장에 민주노조의 깃발을 꽂아 노동자들이 관리자들과 어용노조 간부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들의 권리를 당당히 외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꿈입니다.

그와 몇 차례 술자리를 가질 때마다 그는 제게 그 꿈을 말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그 꿈을 말할 때 그의 눈은 생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저는 거기에 대고 응원의 말보다는 "민주노조를 세우고 지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위해 목숨까지 걸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 숫자만 가지고는 안 된다. 더 많이 있어야 한다",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한 회사의 탄압이 이어질 것이다. 감당할 수 있나" 등의 말을 내뱉었습니다.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하늘로 올라간 노동자들에 대한 비통함과 희망만을 담은 듯한 그의 눈빛 앞에 조급함과 노파심이 앞섰나 봅니다.

그는 주책 없이 걱정스런 채근을 쏟아 내던 제게 의연한 모습으로 "변호사님. 그래도 민주노조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할 뿐이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민·주·노·조'라는 네 글자가 가지는 무게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민주노조라는 말은, 옆에서 걱정스런 말을 쏟아 내는 변호사의 입이 아니라 "포기할 수 없다"고 힘주어 되뇌이던, 투쟁의 한복판에 선 노동자의 입에서 자신의 무게를 온전히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제가 그와의 술자리에서 미처 하지 못한 그리고 마땅히 해야 할 말을 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꿈을 향한 굳은 결의,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 동지들의 굳은 결의에 한없는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그 길에 미력한 힘이나마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김유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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