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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노동권·참교육’ 보여 준 비정규 노동자들최영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대전충청지부)
최영연
공인노무사
민주노총 법률원
대전충청지부

학교비정규직이 누구인가. 학교에는 80여개 직종에 종사하는 15만여명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있다. 성장기 아이들의 영양을 고려한 식단을 짜고 조리하는 급식노동자, 교사들의 수업준비와 과도한 행정업무를 분담해 주는 회계직 노동자, 청결한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한 청소노동자,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를 담당하는 강사, 학교생활과 가정을 연결하며 취약계층의 학생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상담사 및 사회복지사 등이 그들이다.

내 아이가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나는 유독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내가 생각하는 교육의 목적은 사람다운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며, 사람의 생각과 판단의 폭을 넓혀 주고 도와주는 데 있다. 내 아이가 들어가 경험한 학교는 어떤 곳이었을까.

내 아이는 학교생활 중 급식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밥이 정말 맛있어서”란다. 그런데 그 맛있는 밥을 지어 주는 급식노동자들이 지난해 11월9일 역사상 처음으로 ‘파업’이라는 이름으로 급식실 운영을 멈췄다.

당시 노무사로서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교육감을 상대로 한 노조의 투쟁을 지원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혹시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전날 학교에서 “합법파업이므로 빵과 우유로 대체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내왔다.

내 아이는 학교에서 왜 급식을 안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을 게다. 그러나 아이들의 밥이 됐던 그 손길들이 멈췄을 때 아이는 그 소중함에 대해 온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여기 노동자가 있다”고 선언한 그 역사적인 날 이후 학교현장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5월1일 노동절 집회에 아이를 참여시키기 위해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올해는 5월1일이 학교 재량휴업일로 지정됐다. 특별히 하루 수업을 빼고 엄마를 따라나섰던 내 아이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노동절을 알게 되고 노동자의 권리라는 것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가슴이 벅차다.

파업이 끝난 후에도 학부모로서 나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 일부 학부모들이 파업 이후에 “음식이 너무 짜다. 건더기가 너무 크다. 급식실 모니터링을 해서 조리원 재계약에 반영하겠다”며 소란을 피우는 통에 학부모들을 설득하러 다니기에 바빴다. 다행히 일부 학부모들의 억지는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지난달 15일 법원은 “학교비정규 노동자의 사용자는 교육감”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행정관료와 교사들이 하지 못했던 참교육을 실천해 준 학교비정규 동지들에게….

최영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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