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31일 행정예고한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 고시안이 최소한의 교육적 과정 없이 처벌기준만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피해학생의 감정과 생각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조(위원장 김정훈)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교과부 행정예고안이 객관화된 처벌결정에만 집중하다 보니 학교교육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교육적 과정이 생략돼 있다"고 우려했다. 고시안에 따르면 학교폭력의 사안이 경미할 경우 당사자 간 화해가 이뤄지거나,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즉시 잘못을 인정해 피해학생에게 화해를 요청하고 피해학생이 응하면 해당 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지 않아도 된다.

전교조는 "가해자 개인의 사과와 억지스런 피해자의 용서 수준에서 상황을 마무리 짓는 것은 학교를 교육 없이 사법처리만 하는 기관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며 "담임교사에게 중재조정권을 부여하고 학급학생이 모두 참여하는 수준에서 중재·조정·화해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또 "세부기준 어디에도 피해자의 감정과 생각을 고려하겠다는 기준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부기준안이 가해자의 생각과 행동에 맞춰져 '피해자 중심주의'가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가해자가 사과할 경우 피해자는 보복이 두려워 의지와 다르게 화해를 할 수 있는데, 피해자와 피해자 부모님과의 면담 수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어렵다"며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중재와 화해를 위한 세밀한 프로그램과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범정부 차원에서 교원단체와 현장을 포괄한 학교폭력대책기구를 운영하고, 정부와 국회는 학교폭력 관련 법률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극단적 입시교육 체제 개혁 △학교평화법 제정 △담임교사에 부여하는 학교폭력중재조정관·학급중재조정위원회 법률화 △학교구성원이 함께 학교규칙 제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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