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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만난 노동자들권두섭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한 노동자가 있다. 그는 1997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모 시립무용단에 입사해 중간에 건강문제로 잠시 쉰 것을 제외하고 지난해 4월 해고될 때까지 12년을 무용단 상임단원으로 활동했다. 대학에서부터 따지면 오롯이 16년을 무용만 해 온 셈이다. 비록 대학교수나 대학의 전임강사·예술감독과 같은 그럴듯한 직함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를 현대무용을 해 온 예술가로 불러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는 2011년 말과 지난해 초 2년마다 이뤄지는 오디션에서 70점 이하를 받았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3분 내외의 지정된 동작 따라하기'라는 기이한 평가를 한 결과 미달 점수를 받았다는 이유였다. 입사당시 급여가 5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조금 개선이 됐다고 해도 우리 사회는 그를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았다. 16년 동안 현대무용을 해 온 그에게 3분 내외의 동작 따라하기를 시켜 본 뒤 해고한 것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그의 이야기를 듣고 국회로 발길을 옮겼다. 국회에서는 금속노조 법률원이 주관하는 '손해배상 가압류 제도의 문제점과 제도적 대안'을 살펴보는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10년 전인 2003년에도 민주노총은 같은 내용의 토론회를 했다. 그해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죽었다. 그리고 딱 10년이 흐른 지금, 크게 달라지지 않은 손배 가압류 현실에 관한 통계와 변하지 않고 노동권을 옥죄는 법과 제도들, 아무렇지도 않게 수십·수백 억원의 영업손실을 물어내라고 판결해 온 법원도 그대로다. 10년 동안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우리와 민주노총과 스스로를 질책하는 김태욱 변호사의 서문에 마음이 무겁다. 다시 노조 사무처 수련회가 있는 양평에 들렀다가 새벽녘에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래도 토론이 활발하니 희망이 보인다.

무변촌으로 알려진 전남 장흥. 자주 있지도 않은 버스로 5시간이 걸리는 그곳 버스 사업장에서 생긴 일로 한 1년 가까이 다닌 적이 있다. 오지 종점에 있는 숙소에 몰카를 설치해 노동자를 감시하는 사용자가 있었던 곳이었다. 거기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다른 버스 사업장 사건으로 다음날은 홍성에 다녀왔다. 거기도 정리해고·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형사고소까지 수년 전부터 오랜 싸움을 이어 오고 있다.

"5년 동안 5번 해고, 6년 동안 6번 해고". 해고 비정규 노동자가 2012년 이맘때에도 신문에 등장했고, 며칠 전 신문에서도 기사제목의 숫자만 바뀐 채 그 사연이 소개됐다. 금요일 인천지법. 매년 초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교마다 반복되는 집단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시교육청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로 재판을 받게 된 사건을 준비하다가 찾은 신문기사 제목이다. 대법원·고용노동부·노동위원회, 그리고 최근에는 서울행정법원까지 학교장이 아니라 교육감이 노동법의 사용자라고 했는데도 단체교섭과 사용자 책임을 거부하고 있다.

위 사례의 노동자는 학교는 다르지만 서울시교육청 관내에서 이미 6년이나 근무했으니, 교육감이 사용자라면 기간제법에 따르더라도 2년 이상 근무한 것이 돼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가 된다. 사정이 생겨 인근 다른 학교로 전보를 할 수 있을지언정 기간만료로 해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울에서만 비슷한 사례가 지난해 400여명이 있었다고 한다. 어려 보이는 판사는 "이 정도 일이면 100만원 약식명령은 과하지 않습니다. 취하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무덤덤한 태도로 물어봤다. 그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듣지도 않고 취하권유라…. 경제력이 시험성적이 되는 세상에서 이제 법원의 판사들도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이렇게 무심한 사람들로 채워지는구나 싶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 시간의 변론과 피고인들의 설득 끝에 그런 태도가 누그러지고 알아보려 한다는 마음을 비췄다는 것이다. 11명에 1천700만원이면 적은 금액이 아니다. 벌금 폭탄을 떨어뜨려 노조를 재정 파탄으로 몰아 결국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인가.

주안역, 서울행 전철을 타고 돌아온다. 한화가 2천여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는데 정몽구도 감옥에 들어가면 그때서야 불법파견 판결을 이행할까. 그리고 우리 최병승 동지도 그리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권두섭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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