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또 터졌다. 신세계 이마트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갔다. 애초 본점만을 대상으로 하려다 여론에 밀려 전국 사업장으로 조사를 확대하는 모양이다. 신세계와 관련해 시중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내용들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에서 일부 근로감독관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선물을 줬다는 보도가 있기도 했다. 이와 같은 보도를 불식하고도 남을 정도로 한 점 의혹 없이 깨끗하게 밝혀 주길 기대한다.

민주통합당에서 발표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직원들을 문제·관심·가족·오피니언리더 등으로 분류하고 문제 및 관심 사원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사찰을 했다. 사찰대상에는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은 물론이고 주위 친구들과 그들의 사생활까지 포함했다고 한다. 이들을 줄여 부르는 호칭도 유치하기 그지없다. 문제는 ‘MJ’, 관심은 ‘KS’라고 했다고 한다.

21세기 세계를 리드하겠다는 우리나라 1등 기업에서 버젓이 벌어진 일이다. 무슨 이유로 우리 노동현장에서 이 같은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최근 들어 노동부가 부쩍 열심이다. 특별근로감독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잘한다고 볼 수만은 없다. 오히려 그동안 뭘 했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부당노동행위 사건들만 봐도 그렇다. 노동부는 노사관계 감독을 철저히 했어야 했다. SJM·만도·순천향병원·KT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국내 유수기업에서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 이 사건들 뒤에는 노사파괴 전문가들의 지원과 감독기관의 방조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노동부장관은 “복수노조 설립을 핑계로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 사용자는 엄벌하겠다”고 공개 경고까지 했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아니, 준엄해야 할 노동부의 경고를 사용자들이 웃어넘긴 것이나 다름없다. 아마도 “설마 우리를”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노동부가 노사관계를 감독하고 집행하는 정부기관이라는 신뢰를 잃어버린 지 오래라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번 사건의 공개 과정도 그리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어떤 경로인지는 모르겠으나 야당 국회의원들이 관련자료를 입수해 발표했다. 국회의원들의 발표가 크게 이상할 것은 없지만 대다수 노동자들은 “오죽이나 심각했으면 야당의원들이 개별 노동사건에 대해서까지 발표하겠는가”, “과연 관할 감독기관인 노동부는 정말 몰랐을까”하는 의심을 갖게 된다. 노동부가 당연히 했어야 할 부당노동행위 예방이라는 행정감독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돌아보면 이번 국회 들어 유독 야당 환노위 소속 의원들의 활약상이 눈에 띈다. 개원과 동시에 폭로한 SJM·컨택터스 사건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줬다. 청문회가 벌어지고 관련자들이 처벌되는 흔하지 않는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국가 기간통신사인 KT에서 벌어진 부당노동행위가 국회의원을 통해 확인됐다.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되는 사건들을 국회가 전할 때마다 노동부는 상대적으로 점점 더 초라해져 갔다.

노동부를 비난만 하자는 것이 아니다. 늦었지만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노동부의 모습을 응원할 따름이다. 점점 더 교묘해지는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를 엄벌하는 노동부의 모습을 기대한다.

더 바란다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이 즈음에 엄격한 노동법 집행을 재천명했으면 좋겠다. 평범한 노동자들은 노동부에 아주 크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임금을 체불당하지 않고, 사용자 마음대로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으며, 노동조합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터면 충분하다. 물론 노동부가 감독해야 할 것들이다.

그러나 어떤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행정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수차례 나왔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만 보였다. 견디다 지친 노동자들은 탑으로 굴뚝으로 올라갔다. 풍찬노숙하는 노동자들에게 노동부는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정도로 그 존재가치가 추락한 게 솔직한 평가가 아닐까. 따뜻한 봄에는 노동자에게 환영받는 노동부를 기대해 본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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