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아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대상 판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가단394320 임금

1. 사건의 경과
고용노동부는 2007년 10월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소속 비정규 근로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복리후생비 12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노·사 합의를 통해 “복리후생비는 소정근로와 관계없이 생활보조적·복리후생적으로 지급하는 금품”임을 임금협약서에 명시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 이르기까지 약 5년에 걸쳐 위 복리후생비 12만원은 배제한 채 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초로 각종 법정수당을 지급해 왔다.

이에 노동부 소속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복리후생비 12만원을 포함해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이를 기초로 한 법정제수당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2. 판결의 주요 내용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현행 실정법하에서는, 모든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를 받으며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보수’를 의미하므로 현실의 근로 제공을 전제로 하지 않고 단순히 근로자로서의 지위에 기하여 발생한다는 이른바 생활보장적 임금이란 있을 수 없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6다1307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복리후생비가 실비변상적 급여가 아니고 또한 지급의무 없이 은혜적으로 지급하는 급여도 아니어서 생활보장적 임금이 인정될 수 없는 우리 법제하에서 이 사건 복리후생비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이고, 정기적·계속적·일률적 임금에 해당하여 통상임금에 해당하며, 이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합의를 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근로기준법에 정하는 기준에 달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것으로 무효이다.”

부수적으로 다음과 같은 점도 명시했다.

“고용노동부가 제정한 예규인 통상임금 산정지침에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근로자에게 생활보조적, 복리후생적으로 지급하는 금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행정규칙으로서 그 자체로 법규성이 없고, 그 내용 또한 근로기준법이 정한 임금, 통상임금의 개념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위 예규나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근거로 이 사건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는 없으므로 이에 관한 피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판결의 의미
노동부는 88년에 만든 ‘통상임금 산정지침’에 기초해 통상임금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해 왔다. 그러나 위 예규는 각종 수당 등에 대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확립된 법리인 ‘정기적·계속적·일률적’ 임금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전혀 요구하지 않고 있다. ‘임금산정 기간 이외에 지급되는 금품(정기상여금 등)’과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근로자에게 생활보조적·복리후생적으로 지급되는 금품(통근수당, 김장수당 등)’ 등에 대해 일괄적으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노동부 직원들은 각종 통상임금 판단에 있어 위와 같은 확립된 법리 등은 외면한 채, 내부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위 통상임금 산정지침에 따라 각종 권리구제 및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해 왔다. 이 때문에 위와 같은 상여금, 각종 복리·후생관련 명목의 수당 등과 관련해서는 노동부에 가봤자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니 소송으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미 수년에 걸쳐 확인된 공지의 사실이 돼 버렸다.

위와 같은 노동부의 행태는 수많은 사업장에서의 불법적 통상임금 산정을 양산케 했다. 수많은 사업장에서 노동부의 행정해석 등을 참고해 ‘복리후생’과 관련된 수당인양 그 이름을 붙인다거나, ‘복리후생’을 위한 것이라는 점 등에 대해 노·사 합의를 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불법적인 통상임금 산정을 해 온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노동부 스스로도 위와 동일한 방식으로 그 수당 명목을 ‘복리후생비’라 하고, 이는 ‘복리후생’을 위해 지급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 노사합의를 했다. 또 복리후생비를 제외한 채 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초로 각종 제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스스로 근로기준법 위반행위를 한 것이다.

위와 같이 노동부가 자의적으로 만든 내부기준에 불과한 통상임금 산정지침 때문에 불법적인 통상임금 산정 행태가 양산되고, 노동부와 법원의 결론이 달라 실무상으로도 많은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통상임금과 관련해 노동부를 통해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고, 일부 노동자들만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법원을 통해 그 권리구제를 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위 통상임금 산정지침은 88년 만들어진 이후 약 24년여 동안 문구 몇 개 바뀐 것 외에는 어떠한 변경도 없었다. 그리고 최근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도 나왔지만 노동부는 위와 같은 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위 지침을 그대로 재고시했다.

사실 위 판결은 ① 우리 법제하에서 모든 임금은 근로의 대가이므로 생활보장적 임금이 인정될 수 없다는 점 ② ‘정기적·계속적·일률적’ 임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점 ③ 노사합의를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의 기준에 달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것은 무효라는 점에 관해 수십 년간 수많은 판결을 통해 이미 확립돼 있는 법리를 다시금 재확인하는 하는 내용의 판결로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판결이다.

다만 이 판결을 통해 ① 위와 같은 확립된 법리를 노동부만 수십 년간 애써 외면하고 있고 ② 이를 통해 근로기준법 위반행위에 대한 감독기관인 노동부 스스로 근로기준법 위반행위를 자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③ 위 확립된 법리에 반하는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만들어 불법적인 통상임금 산정을 조장·양산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 내용이 근로기준법상의 임금, 통상임금 판단에 반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명문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 할 것이다.

노동부는 노동관계법의 준수를 지도·감독하는 기관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위와 같은 확립된 법리를 외면하고, 불법적 통상임금 산정의 근원이 되고 있는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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