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스지부제공

"민영화 기로에 놓인 사업장과 연대해 가스의 공공성을 지키고, 조합원 통합을 위한 발판을 만들겠습니다."
이종훈(48·사진)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장 당선자가 밝힌 활동 목표다. 이종훈 당선자는 지난 25일 오전 서울 대림동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가스산업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어떠한 희생이라도 감내하겠다"며 "잘못된 내부경쟁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해 지속가능한 노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이달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13대 임원선거에 단독후보로 나서 94.1%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임기는 3월부터 2년이다. 그는 2000년 가스산업 구조개편 논의가 한창일 때 노조활동을 시작해 7대 수석부위원장과 10·11대 정책국장을 지냈다. 이 당선자는 "90%가 넘는 높은 찬성률은 새 정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절박함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지부의 시급한 과제는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막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기습적으로 자가소비용 천연가스 직도입자에 대한 등록요건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명박 정부는 가스사업법 개정을 통해 가스산업 경쟁체제를 도입하려 했다가 야당 등의 반발에 밀려 저지당했다.

그러자 정부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바꾼 것이다. 정부는 개정안에서 자가소비용 LNG(천연가스) 직도입자에 대한 등록요건을 '자가소비 계획량의 30일분에 해당하는 액화한 것을 기준으로 10킬로리터 중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을 갖출 것'에서 '자가소비 계획량의 30일분에 해당하는 양'으로 완화했다.

하지만 가스를 직수입하거나 도입계약을 체결한 곳은 포스코·SK 등 재벌들이다. 이들은 가스저장 시설을 가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새 정부도 가스산업 경쟁체제 도입을 공약해 가스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당선자는 "개정안은 공적 영역에 민간의 신규 진입을 허용하는 우회적 민영화로 대기업에 천연가스 직도입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도 직도입 사업자 물량은 연간 소비량의 5%인데, 직도입 사업자의 기회주의적 행태로 수급불안이 야기돼 요금증가 등 국가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직도입자 난립으로 수급관리를 예측할 수 없어 소매도시가스사의 사업이 위축되고, 정유산업에서 보듯 대기업 담합에 따른 폐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유산업에서 가격을 낮추기 위해 민영화를 도입했지만, 정유사들이 가격을 내리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부는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가스산업 민영화 저지를 위해 지부장 임기가 시작되면 곧바로 투쟁체계에 돌입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는 낙하산 인사 저지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 지부장은 “그간 이익과 보신에 집착하는 낙하산과 경영진이 유발한 내부경쟁에 따른 갈등으로 조합원들이 상처받고 지쳐 있는 상태”라며 “젊은 조합원을 위한 활동과 조합의 민주적 운영을 강화해 구성원들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부가 지난 10년간 정부의 가스산업 구조개편에 맞서 국민들의 지지로 크게 밀리지 않고 나름 잘 버텨 온 반면 후배를 양성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저를 포함한 역대 집행부가 반성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급과 승진 등 노노 간 갈등이 유발될 수 있는 내부요인을 합리적으로 바꿔 내부통합을 이뤄 내겠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는 끝으로 “새 정부에 맞서는 투쟁은 역대 정권에 비해 험난한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정용 서민연료인 가스를 재벌에 빼앗기지 않고 서민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 기본권을 지켜 내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힘들어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는 지부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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