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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르크 애로와 김용준

장 마르크 애로는 프랑스의 국무총리다. 그는 지난해 5월 15일 총리에 지명됐다. 전형적인 사회당원인 애로 총리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동지였다. 그는 지난 97년부터 15년 동안 사회당 하원 원내대표를 역임하면서 원만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랑드 대통령을 보좌하는 데 역할이 국한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애로 총리는 그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올랑드 대통령과 함께 부자증세를 주도해 관련 법률을 개정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국민배우로 불린 제라르 드파르디외는 국적 포기선언을 하면서 증세에 반발했다. 실제 드파르디외는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이에 애로 총리는 프랑스 2TV에 나와 “납세는 사회 연대와 애국심을 보여주는 행위”라며 “세금 내는 것을 피하려는 행동이 고작 이것이냐. 그가 애처롭다”고 말해 여론의 관심을 받았다. 비록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증세법안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지만 애로 총리는 법안의 정당성을 설파하며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또 그는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중에 ‘오바마 지지선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쯤 되면 올랑드 대통령보다 애로 총리가 여론에 자주 등장하고, 구설수에 오르는 인물쯤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인 프랑스에서 '총리가 이래도 되는가'라는 문제제기가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프랑스는 5년 단임대통령제 국가이지만 내각책임제가 결합된 이원집정부제 국가다. 총리가 국무의 수장으로 부처장관들을 조율하고 국정을 이끌어 나간다. 총리가 국정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여론의 검증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얘기다.

책임총리로서 그가 부각된 것은 지난해 7월 노동계·경영계·지방단체·사회단체 300여명이 참가한 사회대토론회에서였다. 올랑드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사회·경제 정책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 의제 설정, 논의 과정과 방법, 기간 등을 사회대토론회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애로 총리는 사회대토론회를 총괄적으로 진행하는 책임자였다. 사회대토론회에는 7개 부처장관, 총연맹단체인 5개 노동단체와 3개 경영계단체가 참여하면서 위상과 역할이 커졌다. 종전에 사르코지 전 정부는 필요한 사안에 따라 노사대표를 소집해 정부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로서 사회적 대화를 진행했던 반면 올랑드 정부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한 셈이다. 사르코지 정부에선 사회적 대화에서 총리의 역할이 전무했던 반면 올랑드 정부에선 총리가 주도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점은 우리나라 국무총리의 위상과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노사정위원회와도 비교된다.

또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에 머물었던 총리의 위상과 달리 애로 총리는 책임총리로서 위상이 높아졌다. 애로 총리는 증세법안을 주도하면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경제정책 전반을 재무장관과 함께 관장하고 있다. 이는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됐던 사르코지 정부와 차별화한 것인데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24일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새 정부 첫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김용준 총리 지명자는 장애를 딛고 소신 판결을 한 법조계의 신망 받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민주당조차 그의 이력을 들어 ‘사회통합적’ 인물로 평가할 정도다. 반면 김용준 총리 지명자를 두고 ‘책임총리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당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거론하며 ‘책임총리제’를 약속했다. 박 당선자는 총리가 국무회의를 사실상 주재하는 한편 정책 조정 및 정책 주도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럼에도 김 총리 지명자에 대해 야당은 “박 당선자가 공약한 책임총리로서 능력과 자질을 보여줬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정가에선 김 지명자가 책임총리보다 관리형 총리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평가는 김 지명자가 스스로 만든 면도 없지 않다. 그는 인수위원장 임명 당시 “인수위가 청와대나 정부로 이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결국 허언으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소신 판사로 알려진 김 지명자가 인수위원장을 맞고 나서 달라진 모습을 보인 셈이다.

이를 고려하면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선 총리 지명자의 자질을 검증할 뿐만 아니라 박 당선자가 약속한 책임총리제에 걸맞은 인물인지 엄격히 따져야 한다. 청문회를 통해 책임총리의 위상과 역할을 분명히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이면서 책임총리의 위상과 역할이 공존하는 프랑스 사례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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