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변호사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사건 경과

① 신청 이유 : 피신청인 한국철도공사가 기간제 근로자인 이 사건 신청인들에게 2007년 7월31일자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행위는 기간제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다.

② 경기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 판정 : 차별적 처우 인정

③ 서울행정법원 판결 : 차별적 처우 인정

④ 서울고등법원 판결 : 차별적 처우 부정

이유 : 지급의 근거가 된 근로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

⑤ 대법원 판결 : 차별을 부정한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

⑥ 서울고등법원 판결 : 차별적 처우 인정

존재감을 드높인 지방노동위원회

이 사건은 2007년 10월에 경기지노위에 신청됐다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후 2012년 10월에서야 종결됐다. 만 5년이 걸렸지만 그 어떤 노동사건에 못지않은 값진 결과물이다. 고용불안을 감수하고도 차별문제를 제기한 신청인들의 용기와 뛰어난 법리로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동의를 이끌어 낸 대리인에게 찬사를 보낸다. 늦어도 너무 늦은 판결이 아니냐는 아쉬움에 앞서 이들의 용기와 지혜 덕에 이들에 대한 차별은 더 이상 개별 노동사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게 됐다.

무엇보다 이 사건을 심판한 경기지노위의 실력과 의지에 주목하고 싶다. 초심 결정 당시만 하더라도 차별시정을 구하는 사건 수도 적거니와 차별을 인정받는 예는 찾기 어려웠다. 차별시정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경기지노위는 달랐다. 제도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했고, 그 결과 나온 판정문은 차별판정의 교과서라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ⅰ)차별시정신청 당사자적격, ⅱ)성과상여금 미지급행위가 차별시정제도 도입 이후에 발생한 행위로 법 적용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ⅲ)성과상여금이 차별적 처우 금지영역에 해당되는지 여부, ⅳ)비교대상 근로자의 존재 여부, ⅴ)불리한 처우 및 합리적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명확하고 분명한 논리로 판단한 것이다.

위 쟁점 중 백미는 “ⅱ)2007. 7. 31.자 사용자의 신청인들에 대한 성과상여금 미지급행위가 차별시정제도 도입 이후에 발생한 행위로 법 적용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이었다. 기간제법이 2007년 7월1일에 시행됐으므로 사용자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 성과상여금은 법 시행 이전인 2006년도 근로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금품에 불과하므로 법 적용제외 범위라는 것이 사용자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경기지노위는 이 사건 성과상여금 미지급 행위가 있은 날, 즉 차별적 처우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의사표시가 도달한 날을 차별적 처우가 있은 날이라고 못 박았다. 피신청인과 같은 공공기관에 대해 기간제법에서 예외 규정이나 적용례를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소급적용이나 신뢰보호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와 같은 취지의 판단은 중노위와 행정법원에서도 이어지다가 아쉽게도 고등법원에서 중대한 고비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고등법원의 소극적인 태도와 법리적용 오인은 대법원의 날카로운 눈을 피할 수 없었다. 놀랍게도 대법원은 지노위의 판정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판결문에서 “2007. 7. 31. 이 사건 상여금을 지급하면서 기간제 근로자인 신청인들을 그 지급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이 사건 성과상여금의 미지급 행위라는 구체적인 차별행위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라고 확정한 것이다.

더 나은 노동위원회를 바라며

그동안 노동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관한 논의가 적지 않았다. 노동자를 위해 공정하고 신속한 판정을 내릴 것으로 믿었던 노동위원회가 때론 큰 실망이 돼 돌아오기도 했다. 물론 노동자 편향의 판정을 바라는 말은 아니다. 법원과 사법기관에서도 부당하다고 인정받은 각종 노동사건 조차도 노동위원회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사건에서 노동위원회가 보여준 능력은 노동위원회의 존재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작게는 차별시정제도에 대한 공익위원들의 전문성과 차별시정제도를 안착시키고 발전시키려는 지노위의 의지가 어우러진 훌륭한 결과물로 평가하기에 손색이 없다.

생각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노동위원회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단연코 그 핵심은 노동위원회의 독립이다. 형식상 독립, 운영상 독립, 판정에서의 독립이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노동위원회는 내용과 형식에서 적지 않은 모순이 있다. 판정의 독립을 외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의 통제를 받고 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노동부의 행태와 맞물려 이 같은 구조는 노동위원회의 신뢰를 한없이 떨어트리고 있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노동위원회의 조직과 예산을 노동부로부터 독립시켜 주길 희망한다.

형식상 독립은 공정한 판정을 위한 기초다. 공정한 판정을 위해서는 공익위원과 근로자·사용자위원의 전문성을 보장하고 위원회 구성원들의 능력을 제고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노동위원회와 법원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다. 일부에서는 노동위원회를 폐지하고 노동법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노동위원회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러나 노동자를 위한 기관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노동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제 역할을 하고, 동시에 사법부에서는 다양화되고 전문화한 노동사건에 대한 효율적인 재판을 위해 노동법원 설립을 신중히 고려할 만하다.

그리고 양 기관이 노동사건의 공정한 해결을 위해 상호 보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사건 경과를 보면 그런 기대가 충분하다. 이 사건 성과상여금의 법률적 성격에 관해 지노위에서는 임금으로 보지 않고 단지 “그 밖의 근로조건”정도로 평가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 성과상여금이 임의적·은혜적 성격의 금품이라고 볼 수는 없고,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 같은 상호작용이 궁극적으로 노동자를 위한 것임은 긴말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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