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쌍용자동차 국정조사에 반대하는 새누리당과 쌍용차 경영진의 근거는 국정조사가 실질적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정조사로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면 회사 경영이 더 어려워지고, 그러면 해고자 복직도 물 건너간다는 주장이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중요한 한 가지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 쌍용차의 현 주인인 인도 마힌드라가 이전 주인 중국 상하이차와 다르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회사 경영이 정상화돼야 추가 고용도 가능하다는 것은 '회사 매출 증가→이익 증가→투자 증가→고용 증가'라는 그야말로 기업 발전의 선순환을 전제한다.

그런데 이미 마힌드라가 경영하는 쌍용차에서는 매출이 증가해도 이익이 증가하지 않는 기형적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2011년 쌍용차는 전년에 비해 40%나 많은 차를 팔았지만 이익이 늘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손해가 1천700억원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쌍용차 사측이 입만 열면 이야기했던 인건비 부분을 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쌍용차는 비슷한 규모로 차를 팔았던 2006년과 비교해 볼 때 인건비 총액이 1천700억원이나 줄었다. 2006년 영업이익이 272억원이었으니 단순하게 계산해 보면 약 2천억원의 흑자가 나야 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결과는 1천533억원 영업적자였다. 그리고 지난해에도 2011년보다 5% 늘어난 12만대를 판매했지만 여전히 큰 적자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쌍용차 국정조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쌍용차의 브랜드 가치가 조금 더 나아지고 판매가 늘어나도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5년 전에 비해 한 사람이 두 배나 많은 자동차를 만드는데도 적자가 나고, 심지어 차 생산이 늘어나도 적자가 더 커진다. 뭔가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쌍용차의 최근 상태는 기술개발부터 생산·영업까지 스스로가 아니라 마힌드라를 위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사실 한국의 외투기업 상당수가 비슷한 처지에 있다. 최근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LCD 제조업체 하이디스는 2002년 중국 비오이에 매각된 이후 4년간 4천여건의 기술을 도둑맞고 부도가 났다. 그리고 2008년에 대만 이잉크에 재매각됐지만 다시 4년 만에 부도 상태에 내몰리고 말았다. 하이디스를 재인수한 대만 이잉크사 역시 형식만 달랐지 기술 유출과 자본 유출을 목적으로 한 ‘먹튀’ 자본이기 때문이었다. 이잉크사가 경영하는 동안 하이디스가 시설에 투자한 돈은 거의 없었던 반면 이잉크사는 하이디스 기술을 가지고 미국·일본 업체를 상대로 영업을 했다. 이어 생산을 대만 중국 계열사로 아웃소싱해 떼돈을 벌었다.

현재 상태로 보면 쌍용차도 하이디스가 4년 전 걸었던 길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인수 이후 단 1원도 추가로 투자하지 않았다. 마힌드라가 한 것은 인도에 렉스턴 조립라인을 짓고, 인도 시장용 기술개발을 쌍용차에 독려하는 것이었다. 최근에 마힌드라가 신차 개발 목적의 9천억원 투자계획을 밝혔지만 이 역시 무엇을 위한 투자인지, 누가 돈을 대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었다. 쌍용차의 돈으로 마힌드라를 위한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

쌍용차 국정조사는 쌍용차를 4년 전 상황으로 다시 되돌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농기계에 쓰일 정도의 디젤엔진과 외국기업 합작사를 통해 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했던 마힌드라가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누가 봐도 뻔하다. 쌍용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알고, 자동차산업 전문가들도 안다.

국가적 수준의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마힌드라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2009년 1월의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 쌍용차에 고용돼 있는 4천400여명의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구조조정될 수도 있다. 쌍용차와 똑같은 SUV 전문업체인 영국의 로버자동차는 20년 동안 주인이 세 번 바뀌는 과정에서 노동자수가 10%로 줄었다. 정부의 규제와 노동조합, 시민사회의 감시가 없으면 매각의 비극은 이렇게 계속되는 것이다.

쌍용차 국정조사를 통해 추상적으로만 알려져 있는 기술 유출과 자본 유출의 실체와 이를 규제하지 못하는 법적 허점을 조사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노동자의 고용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쌍용차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쌍용차가 다시 4년 전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정부와 시민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밝혀야 한다. 쌍용차 국정조사는 쌍용차를 살리는 길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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