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지부

최근 금융노조 신용보증기금지부 13대 위원장에 취임한 이봉희(39·사진) 위원장은 선거기간에 공약을 최소화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이행할 수 있는 것만 약속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위원장은 지부 부위원장 등 과거 노조간부 경험을 바탕으로 꼭 필요하고, 실현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7가지 공약을 앞세웠다. 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오전 서울 공덕동 신용보증기금 본점 14층에 있는 지부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지난 선거기간에 저를 포함한 6명의 노조간부들을 대상으로 공약을 할당하는 공약 실명제를 실시했다”며 “전체 간부들에게 자신이 내건 공약을 책상에 붙여 놓으라고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무시간 정상화와 '로컬섹터제' 도입

이 위원장이 자신의 책상에 붙일 문구는 ‘근무시간 정상화’다. 신용보증기금은 지난해 ‘오후 7시 퇴근 의무화’에 합의해 근무시간을 큰 폭으로 줄인 곳이다. 금융노조 산하 36개 사업장 중 상당수가 전산망 차단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노동시간단축에 접근하고 있는 반면 퇴근시간을 정해 통제하는 곳은 신용보증기금이 유일하다.

신용보증기금 노사는 지점별로 일주일에 하루만 야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나머지 4일은 오후 7시 이전에 의무적으로 퇴근해야 한다. 업무가 몰리는 시기에는 별도의 야근일을 정할 수 있는데, 그것도 연간 20일이 한도다.

“중간평가를 해 보니 전국 115개의 지점 중 114개에서 퇴근 의무화가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결산에 따라 업무가 몰리는 3월에서 5월까지를 아직 겪어 보지 않았어요. 본점 직원에 대해서는 해당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고요. 지난 집행부에서 제가 시작한 일인 만큼 제도가 변질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모든 직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확산시킬 겁니다.”

불합리한 인사이동 관행을 줄이기 위해 ‘로컬섹터제’를 도입하는 것도 이 위원장의 목표 중 하나다. 신용보증기금은 기업들의 신용정보를 다루고 보증을 서는 직원들과 지역기업 사이의 결탁을 방지하기 위해 한 지점에서 단기간(2~3년)만 근무하도록 하는 순환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신입직원들에게 가장 걱정되는 것이 뭐냐고 묻자 하나같이 순환근무제를 꼽더군요. 지금은 초창기보다 순환배치 기한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연고가 없는 타지로, 격지로 발령이 나는 일이 잦습니다. 조합원들이 육아와 가정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이에 따라 동일 권역 내에서 이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로컬섹터제를 도입할 생각입니다.”

"조합원들의 비판이 좋은 노조 만들어"

본점 위주로 돌아가는 불공정한 승진제도를 바로잡는 것도 신임 집행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할 사업이다. 이 위원장은 특히 회사에 함께 입사한 동기 간에 승진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어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이를 ‘선배는 먼저, 동기는 함께’라는 모토에 함축했다.

이 위원장은 “보통 신입직원이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하는 데 평균 6~7년이 걸리는데, 일부에서는 12년이 걸리는 사람도 있고, 아예 승진을 못하는 사람도 있다”며 “4급 자동승급제를 도입해 팀장(3급)급 승진은 선배들을 위주로 바운더리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공고될 예정인 정기인사에도 지부의 이러한 원칙이 반영됐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직원들의 역량강화와 재충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리프레시 자기계발 연수·휴가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뛰어난 역량을 갖춘 직원들이 입사한 뒤 공부를 위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안타깝다”며 “급여 60%를 받으면서 공부를 위해 3년까지 휴직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연차휴가 운영규칙을 바꿔 최대 30일까지 휴가를 즐기는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큰 틀에서 지킬 자신이 있는 약속들을 공약으로 내놓았습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고,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훌륭한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조합원들의 몫입니다. 노조가 하는 일에 늘 관심을 가져 주시고, 날카로운 비판과 견제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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