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석 기자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먹고 입고 자는 것뿐만 아니라 희망도 필요하다. 희망은 마음을 살리는 양식이고, 그것 없이는 몸도 버티기 힘들다. 마음이 죽으면 살아 있어도 사는 게 아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스물세 명의 죽음이 그랬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2천500여명의 무급휴직·정리해고·희망퇴직자 상당수가 그런 마음으로 3년을 버텼다.

최근 쌍용차 기업노사의 무급휴직자 전원복직 발표는 그나마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 줬다. ‘뒤늦은 합의 이행’·‘국정조사 회피 꼼수’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는 것만으로도 당사자는 물론 걱정하던 이들 모두가 행복해했다. 그럼에도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국정조사가 수용될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17일 현재 59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사실 지난해 국정감사나 올해 국정조사 요구의 핵심 쟁점은 무급휴직자가 아니었다. 무급휴직자의 경우 사업주에게 그들의 복귀를 책임질 법적 의무가 부여돼 있다.

반면 해고자는 그렇지 않다. 쌍용차 기획부도설이 진실인지,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정리해고가 정당했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게 한 전 지부장의 요구다. 기획부도의 진실 여부를 떠나 해고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유일한 희망은 국정조사밖에 남은 게 없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에 손쉬운 길이 있긴 하다. 쌍용차가 해고자 복직을 명시적이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면 된다. 이러한 약속이 있다면 경영정상화는 무급휴직자를 넘어선 쌍용차 사태의 근본해법이 될 수도 있다. 해고자까지 품는 쌍용차의 마음에 국민이 너도나도 '쌍용차 사기' 운동에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쌍용차는 "정치권 개입으로 기업 이미지만 하락한다"는 볼멘소리를 하기에 급급하다.

2001년 인천 부평을 전쟁터로 만들었던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사태는 인수자인 지엠이 5년 만인 2006년 정리해고자 모두를 복직시키면서 아픔을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한국지엠으로 명칭까지 바꿔 벌써 12년째 기업을 운영 중이다. 당시에는 노동계에서도 지엠의 기업문화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쌍용차 사태는 정리해고의 심각성을 우리 사회에 알린 대표적 사례다. 새 정부 출범과 맞물린 임시국회 일정도 쌍용차 문제로 인해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과연 누가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걸까.

마음이 죽으면 살아 있어도 사는 게 아니지만 마음만 살아 있다면 온갖 역경 속에서도 기적 같은 일을 만들곤 하는 게 사람이다. 그런 희망을 빼앗으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일부는 국정조사가 현실적 해결책이 안 된다고 말하지만 국정조사를 안 한다고 해결책이 마련되는 것도 아니다.

국정조사 혹은 복직약속, 해고자들에게도 희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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