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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조 경영 이마트의 ‘신세계’
그들이 사는 세상엔 노동조합이 없다. 노조는 악이요, 처리해야 할 장애물이다. 노조가 없는 세상이 그들에겐 ‘신세계’이기 때문이다. 할인점업계에서 1등 기업인 신세계 이마트의 불법경영이 연일 폭로되고 있다.

민주당 노웅래·장하나 의원이 공개한 이마트 내부 문서에 따르면 신세계 이마트는 자사직원과 협력회사 직원 1만5천여명을 불법 사찰했다. 한국노총·민주노총 홈페이지 가입자를 조회해 사이트에 가입한 직원을 색출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주민등록번호·이메일·연락처를 도용했다. 양대 노총 홈페이지에 가입한 직원들을 전환배치하고, 퇴사를 유도했다. 거주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배치된 직원들은 문제제기도 못한 채 퇴사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는 회사측의 치밀한 기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양대 노총 홈페이지 가입자는 순환배치→점포조정→업무평가→직장추천이라는 과정을 거쳐 퇴출됐다. 매장 사무실 책상에서 ‘전태일 평전’이 발견되자 의심되는 협력업체 직원 3명도 다른 점포로 발령하거나 퇴출시켰다.

신세계 이마트의 이런 방침은 지난 2004년 노조가 설립되자 마련됐다. 이 해 이마트 수지점에 노조가 설립된 데 이어 비정규직 계산원으로 구성된 경기일반노조 신세계이마트분회도 생겼다. 회사측은 노조 탈퇴를 강요하거나 비정규직 노조원을 계약해지하는 수법으로 노조를 와해시켰다. 신세계 이마트는 이런 사례를 거울삼아 노조 설립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난 2011년 7월부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됐지만 종전의 무노조 경영을 고수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직원들에 대한 그물 같은 감시망을 구축했지만 촘촘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노조가 설립됐다. 그것도 정규직 중심의 노조가 최초로 만들어졌다. 이후 신세계 이마트는 노조 위원장을 어김없이 지방으로 발령했고, 이후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고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 2004년에 이어 또다시 노조 와해 수순을 밟았다. 헌법에 단결권이 보장되고 있음에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노조 설립 및 활동 방해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신세계 이마트가 불법과 부당노동행위로 막으려 했지만 노조가 새로 생겨나는 이유가 뭘까. 이는 유통업계의 열악한 노동현실과 관련이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백화점·할인점·면세점 등의 점포는 513개이며, 해당 종사자는 약 43만7천여명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할인점은 전국에 427개의 점포가 있으며 해당 종사자는 21만4천여명이다. 고용형태별로 보면 직영사원·계약직, 하청업체 또는 매장 입점업체 간접고용 노동자로 구성된다. 다단계 하청구조와 다양한 고용형태로 매우 유연한 것이 유통업 노동시장의 특징이다.

유통업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을 하는 제조업 노동자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 유통업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3.7시간인데 이는 단시간 노동자 비율이 높은 탓이다. 유통업체가 몰려 있는 서울만 해도 단시간 노동자를 제외한 주당 평균노동시간은 48.13시간에 달한다. 주당 평균노동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 비율도 19.8%나 된다. 그런데 주 5일제 적용비율은 35.8%에 불과하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업은 24시간 근무, 휴일근무, 연장영업을 거치면서 장시간 노동의 온상이었다. 유통업의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장해를 불러오고, 그들의 일뿐만 아니라 가정마저도 위기로 몰아넣었다.

유통업 노동자들이 회사측의 방해와 부당노동행위에도 노조를 만들려 했던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열악한 노동현실을 개선하고자 한 것이다. 그럼에도 유통업에서 노조 조직률은 매우 미미하다. 양대 노총에 소속된 유통업 종사자는 1만여명이 채 안 된다. 비대해진 유통대기업을 내부에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신세계 이마트와 같은 불법 무노조 경영이 가능한 이유다.

지난 2007년 7월 비정규직 관련법이 시행되면서 유통대기업은 기간제 계약직을 대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신세계 이마트도 포함됐다. 주요 언론들은 이런 신세계 이마트를 칭송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 사이 이마트는 무노조라는 신세계를 위해 직원 감시망을 구축하고, 노조 설립을 원천 봉쇄하려 했다. 신세계 이마트의 이런 행태는 특별근로감독과 검찰 수사로 바로잡아야 한다. 직원들의 인권과 노동기본권을 유린하는 이마트의 ‘무노조 신세계’를 더 이상 용인해선 안 된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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