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

풍자개그로 한때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던 개그콘서트 사마귀유치원. 이 코너에서 개그맨 최효종은 “월급 200만원으로 서울 평균 아파트 전셋값 2억3천만원을 모으기 위해서는 10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숨만 쉬고 모아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월급 200만원으로는 내 집 장만은커녕 아파트 전셋값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

그런데 2012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4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는 150만원 남짓이었다. 이 가운데 교육비는 고작 7만원으로 책정돼 있고, 비소비 항목도 7만2천원밖에 안 된다. 나머지 140여만원은 모두 소비지출로만 이뤄져 있다. 4인 가구 최저생계비 150만원은 초등학생과 미취학아동이 있는 필자가 봐도 낮은 수준인데,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어떨까. 최저생계비 150만원을 벌어서는 아파트 전셋값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살림살이를 유지하기도 빠듯하다. 아무리 최저생계비라지만 지금이 무슨 일제시대도 아니고 최소한 미래에 대한 희망은 품고 살아갈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는가. 보건복지부장관이 발표한 최저생계비는 너무 비현실적이다.

최저생계비보다 더 비현실적인 최저임금

최저생계비보다 더 비현실적인 게 바로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하는 최저임금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4천580원, 올해는 4천860원이다. 한 달간 법정근로시간을 꼬박 일해도 겨우 월급 100만원 수준이다. 개그맨 최효종이 풍자한 월급 20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으로 하루 12시간씩 주야간 맞교대로 주 6일간 일해야 한다. 1주 12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연장근로 제한규정’을 위반하지 않고서는 월급 200만원을 벌 수 없는 게 최저임금 노동자의 현실이다.

4명 중 1명은 최저임금 노동자

최저임금 노동자는 조사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고 해마다 약간의 변동이 있지만, 대체로 전체 노동자의 2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가 수능시험 이후 충남지역 고등학교 20여곳에서 진행한 ‘청소년 알바와 노동인권’ 특강에서 학생들에게 늘 했던 말이 있다. 이 말을 들은 학생들은 하나같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 있는 여러분 4명 가운데 1명은 부모님이 최저임금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면, 장차 여러분 4명 가운데 1명이 최저임금 노동자로 살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곳 학교에도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저녁 있는 삶을 위해

특강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빼놓지 않았다. 먼저 사람답게 사는 데 필요한 월급은 얼마인지에 관한 질문이다. 학생들의 답변은 천차만별이었지만, 공통적으로 200만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두 번째로 최저임금 노동자가 법정근로시간만 일하고 최효종이 풍자한 월급 200만원 받으려면 최저임금이 얼마나 돼야 하는지를 물었다. 답은 약 1만원이다. 답을 맞힌 학생은 드물었지만, 중요한 건 답을 맞히는 게 아니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법정근로시간만 일하고 최효종이 풍자한 월급 20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이 1만원쯤은 돼야 한다는 사실과 이를 통해 노동부장관이 고시한 최저임금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데 있다.

혹자는 법정근로시간만 일해도 월급 200만원을 벌기 위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허무맹랑한 꿈으로 취급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최저임금 1만원이라고 해 봐야 10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숨만 쉬고 모아도 서울 평균 아파트 전셋값밖에 안 된다. 그런데 한 푼도 쓰지 않고 숨만 쉬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저임금 1만원은 허무맹랑한 꿈이 아니다. 법정근로시간만 일하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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