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더 힘든 일 하면서도 잘릴까 걱정 … 우리는 인간쇼바다” 지난 1월초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사내하청 설문조사를 진행한 한 신문사가 어제 보도한 기사의 제목들이다. 도대체 이게 다 뭐란 말인가. 지난 10년 동안 현대차비정규직관련 노조활동과 차별·해고·불법파견 등 노동자 권리문제를 상담하고 고소고발하고 소송을 해 오면서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신문기사를 보고는 “도대체 이게 다 뭐란 말인가” 한다. 저 1980년대에 자주적 노조운동의 깃발을 다시 치켜든 이 나라의 민주노조운동이, 전노협·현총련 그리고 금속산업연맹, 마침내 금속노조로 달려온 민주노총의 선봉이라는 이 나라 금속노동자의 운동이 도대체 뭐냐고 내게 묻고 있다. 지금 이 나라에서 민주노조운동이 도대체 어째서 이런 거냐고 내게 묻는다. 현대차사내하청 노동자는 분명히 현대차비정규직지회로 조직돼 있다. 현대자동차에는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노조조직력을 갖춘 현대차지부가 있다. 그리고 그 지회와 지부는 이 나라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성과이고 기치인 금속노조가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에서 노조의 투쟁이 어떻기에 도대체 이게 다 뭐란 말인가.

2. 지난 9일 파업이 있었다.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관련 파업투쟁이 있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현대차의 신규채용 중단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벌였다. 100여개의 만장을 들고서 2시간 동안 500명 정도 참여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대체인력 투입해서 생산차질은 전혀 없었다고 사용자 현대차는 설명했다.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현대차지부가 파업하는 경우라도 사측의 대체인력 투입으로 인해 생산차질 없는 일이 많다. 그러니 비정규직지회가, 그것도 500명 정도의 파업이니 대체인력 투입으로 생산차질이 없는 게 당연하다. 파업 직전까지, 즉 지난 8일까지 사내하청 노동자 6천800여명의 78%인 5천300여명이 현대차에 신규채용 신청을 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지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불법파견 근로자지위소송에 원고로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들도 신청했다는 거다. 이건 현대차 비정규직투쟁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말해 준다. 이렇게 상황은 심각한데 투쟁은 사용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노조법 2조 6호-쟁의행위 정의)에 이르는 심각한 수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분명히 금속노조다. 현대차지부 소속 정규직이든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소속의 비정규직이든 모두 금속노조의 조합원이다. 그런데 금속노조는 어디가고 현대차비정규직지회만 100여개의 만장을 들고 투쟁하고 있다는 걸까.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 수만명이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하면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건 누구라도 안다. 그걸 알면서도 금속노조는 현대차지부 조합원을 투쟁으로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할 수가 없어서 하지 않는 걸까. 정말 실력이 되지 못해서 하지 않는 걸까. 규약은 산하 조직에 대한 통제권(12조-조합원의 의무, 13조-조합원의 권리제한, 47조-지부 운영, 48조-조합과 지부의 관계, 75조-징계 등), 교섭권(66·67조), 쟁의권(68조 내지 72조) 등 노조 최고 권력을 금속노조에 줬다. 어차피 비정규직 조합원은 정규직전환이든 신규채용이든 어떤 방식이라도 현대차지부 조합원이 되게 된다. 그럼 지금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요구는 현대차지부 조합원 권리문제로 보고 지부는 사용자 현대차에 요구하고 투쟁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금속노조가 추진 중이라는 1월 총파업은 성공적으로 조직된다 해도 비정규직 문제만 아니라 노조파괴·정리해고 등 노조의 주요 현안들을 걸고 하는 것이다. 금속노조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이어서 1회성 행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것으로는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요구를 관철해 낼 수 없다. 이것 또한 금속노조의 간부·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안다. 지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투쟁의 이 심각한 상황을 금속노조든 현대차지부든 비정규직지회만의 투쟁으로 머물게 한다면, 그건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선언한 금속노조의 강령과 규약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대로 간다면 사용자 현대차에 대해서 비정규직지회가 들었던 만장은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라는 이 나라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만장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누가 보더라도 상황은 심각한데 노조의 투쟁은 심각하지 못하다.

3. 금속노조 조합원 15만명이 현대차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전면 총파업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금속노조 1월 말 총파업은 당초 그런 취지로 결의돼서 추진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조직될 거라고 아무도 생각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기껏해야 일부 사업장에서 조합원 파업과 나머지 사업장의 간부 파업 내지 파업집회 참여의 수준에 그칠 것이다. 당초 취지대로 추진되기에는 총파업이 내건 비정규직·정리해고·노조파괴 등의 쟁점은 분명히 금속노조 사업장의 심각한 문제이지만 전체 조합원에 해당하는 전면적인 문제는 아니다. 그것으로는 현대차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쟁취될 수 없다. 사실 현대차에서 비정규직투쟁은 조직하기도 어렵고 조직되더라도 그 요구를 관철할 가능성도 없는 이 금속노조 총파업까지 갈 것도 아니었다. 현대차 사내하청의 정규직화투쟁은 2010년 7월22일에 이미 정리됐다. 2007년 6월1일 최초로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를 파견근로라고 판결했던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법리대로 대법원이 최병승 사건에서 판결했을 때 이미 현대차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투쟁은 정리된 것이었다. 현대차에서 사내하청 근로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구파견법이 적용돼서 2년 초과해서 근무해 왔다면 최병승과 마찬가지로 고용간주돼서 현대차 노동자인 것이고 따라서 그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투쟁의 대상도 아닌 것이고 그저 이미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인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다. 사용자 현대차는 그걸 부정했다. 그거야 사용자로서는 하루라도 더 버티는 것이 이익이 되니 자본의 본질이니 뭐 그런다고 치자. 그런데 그렇지 못했다. 노조가 그렇지 못했다. 이 대법원판결이 있기 이전에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규약개정 등 조합원총회를 소집해서 결의에 부쳤으나 부결됐었다. 바로 이 부결된 때에 노동조합의 시점은 멈춰 버렸다. 현대차지부는 지금까지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자기 조합원이 아닌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을 위한 연대 또는 지원의 문제로 봐 왔다. 현대차지부로서는 제 조합원이 아님에도, 주간연속 2교대제 등 제 조합원의 문제가 산적한데도 최선을 다해서 사용자 현대차를 압박해서 실질적으로 협상해 왔다. 그런데도 비정규직지회 등은 불만을 터트리니 그게 불만일 수밖에 없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사용자 현대차와 직접 교섭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요구를 관철할 수 없는 조직력이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지부에 함께 안고 가야 할 지회 조합원의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지부와 지회 사이에서 금속노조는 조정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니 직접 사용자 현대차를 상대로 교섭하고 그걸 관철하겠다고 파업 등 투쟁을 주도할 수도 없고 골치가 아프다. 이렇게 노동조합은 현대차 조합원총회에서 비정규직 통합문제가 부결된 시점에 멈춰 있다. 그러나 그 시점은 2010년 7월22일로 변경돼야 한다. 그건 노동조합이 비정규직투쟁의 대의를 위해서 그래야 하는 당위의 문제도 아니고 그저 법대로의 문제다. 2010년 7월22일 현대차에서 최병승과 마찬가지로 근무해 온 사내하청 노동자는 파견법상 파견근로자이고 구파견법이 적용되는 2년 초과 근무자들은 사용사업주 현대차가 인정하지 않아도 현대차의 근로자인 것이라고 대법원은 선언했다. 그러니 그때부터는 이에 해당하는 금속노조 조합원인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모두 현대차지부 조합원이었다. 현대자동차(주)에 입사와 동시에 자동으로 지부 조합원으로 가입되는 현대차 노동자인 것이다(현대차지부 규정 제8조-조합원 자격). 굳이 1사 1조직을 하겠다고 지부 대의원대회니 총회에서 특별결의해야 할 것도 없이 당연히 법적으로 그런 것이라고, 대법원이 선언한대로 조합원으로 인정하고서 활동하면 되는 것이었다. 현대차자본은 인정하지 않아도 노조 스스로 외쳐 온 대로 법적으로 현대차 노동자니 현대차지부 소속 금속노조 조합원인 거고 바로 그 관점으로 금속노조든 현대차지부든 조직을 운영하고 교섭과 쟁의 등 노조활동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더구나 지난 해 8월2일부터는 불법파견 근로이기만 하면 단 하루를 사용해도 곧바로 사용사업주 현대차는 그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발생했다(파견법 6조의2). 결국 현대차에서 사내하청 근로는 불법파견 근로인데 최병승처럼 이미 고용간주된 자가 아니라도, 그 사내하청 노동자를 사용사업주 현대차는 모두 현대차 노동자로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들에 대해서도 법대로 사용자 현대차가 고용의무를 이행하게 되면 현대차지부 조합원이 되는 것이므로 노동조합은 이들의 고용 등 노동조건 전반에 관해 교섭을 요구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뭐 거기까지 나가지 않아도 적어도 최병승과 같은 고용간주된 수천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당연히 현대차지부 조합원인 것이니 그렇다면 해결된 거 아닐까. 제 조합원의 권리를 위해서 교섭하고 파업 등 쟁의하는 것이니 불법도 아닌 것이다. 노조라면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건 해마다 전개해 온 지부의 임단협 정도의 투쟁으로도 현대차비정규직의 정규직화문제는 돌파구를 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더 이상 “도대체 이게 다 뭐란 말인가”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지부 조합원이라고 인식하고서 교섭이든 투쟁이든 한다면 현대차에서 인간쇼바는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이다. 인간쇼바, 도대체 이게 다 뭐냐고 이 나라 민주노조운동에 묻고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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