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희 기자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0일 “여러 이유로 자살하신 분들을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막말까지 해 가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관련 국정조사를 공식 거부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말한 국민대통합의 기준을 쌍용차 국정조사로 삼겠다고 어르던 야권으로서는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야권만 그럴까.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새누리당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이 머쓱하게 됐다. 박근혜 당선자의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이던 김무성 전 의원도 국정조사 약속에 대열 속에 동참했으니, 박근혜 당선자도 ‘디스’를 당한 셈이 됐다. 박근혜 당선자는 ‘무신불립’을 외치며 약속을 지키는 것을 지도자의 최대 덕목으로 꼽았던 터다.

새누리당이 혹시 이한구 원내대표의 사당(私黨)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지난 7일 이한구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쌍용차 국조 성사가능성이 없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혼자 정한다면 반대할 거다”며 “해직자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지금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야 되는 쌍용차의 경영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으니까 좀 다시 생각해 보자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쌍용차 국정조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지금까지 황우여 대표가, 새누리당 환노위원들이 생각을 바꿨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일부 의원들이 국정조사를 진전시키기 위해 행동을 시작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국정조사가 경영정상화에 역행한다”는 이 원내대표의 발언이 얼마나 혼자만의 생각인지 지난해 12월4일 황우여 대표를 거친 국정조사 관련 새누리당 발표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표만을 의식해서 벌이는 헛된 정쟁이 아니라 대선 이후의 실효성 있는 국정조사를 통해 각종 의혹들을 낱낱이 밝히고, 무급휴직자가 하루빨리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회사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서도 깊이 모색하게 될 것입니다. 해고자 문제도 슬기롭게 풀어 나가고자 합니다.”

10일 쌍용차가 455명의 무급휴직자를 3월에 복직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좋은 일이다. 경영진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의도가 그렇게 순수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최근 한 경제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만히 두면 잘할 텐데, 정치권이 자꾸 쑤셔 대면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무급휴직자 외에 기타 인원은 현재로선 복직 및 재입사시키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말도 했다. 마침 이 원내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에 맞춰 상반기 중에 하겠다던 무급휴직자의 복직계획을 발표한 것이 어째 짬짜미처럼 보이는 이유다. 노동자와 노동자를, ‘산 자’와 ‘죽은 자’를 갈라치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저 기우에 그치길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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