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서울 삼청동엔 멋집도 맛집도 많아 사람이 붐빈다. 고풍스러운 한옥 사잇길 헤매다 보면 동네 똥개도 그럴싸해 보이니 희한한 곳. 저마다 카메라 걸고 줄지어 골목 사진가로 분한다. 어느덧 해가 뉘엿. 손 시리고 배는 출출해 돌아보면 거기 죄다 세련된 양식집 천지라. 팍팍한 주머니 사정 따위 에라 모르겠다, 눈 딱 감고 들어설까 하다가 유리창 너머 메뉴판 살피다 발길 돌린 사람들 그 아래 한길가 수제비 집을 반갑게 찾는다. 어릴 적 물리도록 먹던 그 맛일까 긴 줄을 참고 버틴다. 한 그릇 후루룩 뚝딱 넘기고 가볍게 나서는데 아차차, 수제비 한 그릇이 7천원. 그 언젠가 주린 배 달래 주던 대표적인 서민 음식도 저기 삼청동에선 비싸구나. 수제비 집 대리주차 서비스도 이색풍경. 밀가룻값 또 오른다는데 대표 서민음식 타이틀을 어찌 지키려나. 그 건너 너른 건물 정문 앞엔 사연도 눈물도 많아 사람이 붐빈다. 사회통합이며 서민생활 걱정 많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이다. 길 가던 엄마가 잠시 멈춰 아이 들으라 그 사연 전하는데 시간이 한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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