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원·법률
사무소 새날)

다들 먹고살기 위해 일한다고 한다. ‘일’을 위해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행위가 ‘출근 및 퇴근’(통근)이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고, 그중 일부는 대중교통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승용차 등을 이용해 통근한다. 가령 새벽시간에만 출근하는 경우 집과 회사와의 거리와 비용에 있어 사회통념상 ‘택시’를 상시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노동자가 통근수단을 이용하던 중 사고가 날 경우 ‘산재’로 인정될 수 있는가.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인정될 수 없지만 법원에서는 인정될 수 있다. 이것이 공단과 법원의 통근재해 판단에 있어 명확한 차이를 보이는 예다.

통근재해에 대한 법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7. 9. 28 선고 2005두12572)에서 자세히 논의됐다. 이 판결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존재의의·해석·개념에 있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서 다수의견의 요점은 “출·퇴근이 노무의 제공이라는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지만 일반적으로 출·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돼 있어 통상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자에게 유보될 수 없는 경우라 함은 어떤 경우며, 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대법원은 예전부터 “외형상으로는 출·퇴근의 방법과 그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맡겨진 것으로 보이나 출·퇴근 도중에 업무를 행하였다거나 통상적인 출·퇴근시간 이전 혹은 이후에 업무와 관련한 긴급한 사무처리나 그 밖에 업무의 특성이나 근무지의 특수성 등으로 출·퇴근의 방법 등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실제로는 그것이 근로자에게 유보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2004. 11. 25 선고 2002두10124, 2008. 3. 27 선고 2006두2022, 2009. 5. 28 선고 2007두2784)

법률적으로 살펴보면, 현행 산업보험법 제37조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이라는 제목하에 “다.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3항에서 "업무상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시행령 제29조는 ‘출퇴근중의 사고’에 대해 “1. 사업주가 출퇴근용으로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사업주가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던 중에 사고가 발생하였을 것, 2. 출퇴근용으로 이용한 교통수단의 관리 또는 이용권이 근로자측의 전속적 권한에 속하지 아니하였을 것”을 모두 충족할 경우 업무상사고로 본다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시행령 제29조를 모두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업무상사고가 아닌 것으로 해석할 것인가. 이는 산재보험법 제37조와 시행령 제29조와의 관계에 대한 해석론에 달려 있다. 시행령 제29조를 예시규정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제한적 열거규정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다. 공단은 후자로 해석해 위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산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즉 공단의 입장에서는 통근버스가 아닌 노동자 소유의 통근수단을 이용할 경우 산재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의 판시사항과 배치되는 위법한 해석이다.

최근 대법원은 “위 규정들의 내용, 형식 및 입법취지를 종합하면, 시행령 제29조는 (중략) 법 제37조 제1항제1호다목이 규정하고 있는 (중략) 사고에 해당하는 경우임을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보이고, 그 밖에 출퇴근 중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를 모두 업무상재해 대상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라고 판시했다.(2012. 11. 29 선고 2011두28165)

통근재해를 입법적으로 개정하기 이전에 판례의 태도를 합리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공단의 존재이유이며, 공단 스스로 ‘죽어 있는 기준’을 고수함으로 인해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