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저널 편집국장

민주통합당 내 ‘진보행동모임’ 의원들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최근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은수미 의원은 “박 당선인은 (중략) 새누리당, 이명박 정부 아래 자행된 부당해고, 노조파괴, 용역침탈 및 공권력 남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회견문을 읽다가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잠시 낭독을 멈추기도 했다.(경향신문 12월27일자 4면 ‘끝내 울어 버린 노동전문가 은수미’)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7일 법원이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에게 유죄확정판결을 내릴 때 적용한 ‘사후매수죄’ 법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곽 전 교육감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박명기 전 서울교대 교수에게 서울시교육감 후보단일화 대가로 2억원을 건네 기소된 곽 전 교육감에게 징역 1년을 확정했다.(조선일보 12월28일자 12면) 곽 전 교육감은 "2억원은 후보 사퇴의 대가가 아니라 선의로 준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27일 오후 8시쯤 한진중공업 직원 고 최강서씨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 영도구 장례식장을 방문해 유족을 위로했다. 그의 대선 패배 이후 최씨와 현대중공업 이운남씨 등이 21~22일 목숨을 끊었다. 문 전 후보는 트위터에 “죄스러운 마음을 어쩔 수 없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라고 적었다.(중앙일보 12월28일자 6면)

은수미 의원이 흘린 눈물의 진정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집권했던 10년 동안 노사문제는 은 의원의 진정성과 상관없이 많은 노동자들의 공분을 자아낸다. 비정규직법은 노무현 정부 때 집권여당이 주도해 만들었다. 당시 김대환 노동부장관이 보여 준 여러 한심한 모습에 노동계는 많이 실망했다.

문용린·이수호 두 보혁 후보가 맞붙은 서울시교육감 선거결과는 의외였다. 같은날 같은 장소에서 치러진 서울의 대선 투표결과는 근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앞섰다. 그런데 서울시교육감 선거결과는 상당한 표차로 보수후보가 압승했다. 진보단일후보로 나섰던 이수호 후보 캠프는 선거 직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보수진영은 대세에 영향을 주진 못했지만 단일후보도 아니었다. 끝까지 종주한 보수후보 중에는 상당한 지명도가 있는 인물도 있었다. 이번에 진보후보로 나섰던 이수호 후보는 곽 전 교육감보다 지명도가 더 높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나는 곽 전 교육감에 대한 반감이 생각보다 컸고, 민주통합당과 이수호 후보 등 진보진영은 이를 간과했다고 본다. 2억원이면 서민들에겐 여전히 큰돈이다. 그런데도 진보진영은 사건 초기에 머뭇거리며 일부에선 자진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곽노현 프레임에 철옹성처럼 갇혀 국민감정과 다르게 달렸다.

이번 대선에서 3명의 유력후보 가운데 문재인 후보가 서민의 삶에 가장 가까운 삶을 걸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대선기간 울산을 몇 번 방문했지만 송전탑에서 농성 중인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를 만나지 않았다. 심지어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송전탑을 방문했다.

새로 뽑힌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처절하리만큼 혁신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여전히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보다 10% 가까이 정당 지지율이 낮다. 민주통합당이 거듭나려면 국회 앞에서 1천배나 올리며 노동자 빈소에 앞다퉈 조화를 보내고 농성장에 얼굴도장 찍는 수준으론 턱도 없다.

이런 민주통합당의 여론 착시는 참칭 진보일간지의 책임이 크다. 벌써 잊었는가. 총선 때 엉터리 같은 듣보잡 비례대표들을 뽑아 놓고 한두 달 뒤 갈라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총선연대를 추켜 세웠던 진보일간지의 보도가 민주통합당의 오판을 낳았다. 대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민은 눈에 없고 민주통합당 기관지를 방불케 한 이 신문의 논조는 민주통합당의 눈과 귀를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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