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윤정 기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5년 전 악몽을 떠올린다. 조직개편이 일방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매일노동뉴스>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윤세정(49·사진) 방송통신위지부위원장을 만났다. 지부는 2008년 3월 옛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고 그 후신인 방송통신위가 신설됨에 따라 설립됐다. 윤 위원장은 방송통신위 산하 전파연구소 연구원 출신이다. 지난해 2월 임원선거에서 3대 위원장에 당선됐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정부 조직개편을 추진 중인데.

“가장 큰 현안이다. 지부 선거에 나선 것도 차기정부 조직개편 소용돌이 속에서 조직을 지켜 내기 위해서였다.”

윤 위원장은 5년 전인 2008년을 잊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옛 정통부가 해체되고 직원들이 갈가리 찢겼다. 방송통신위에 남은 이들 중 상당수는 재교육을 따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직원 1명이 스트레스로 숨졌다.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겠다는 마음뿐이다. 정통부가 그렇게 해체될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공무원들은 그저 열심히 일했을 뿐이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을 뒤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항구적이고 지속성을 갖는 정부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당시 정보통신부에는 노조가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윤 위원장은 조직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전체 중앙부처의 공통된 과제이기도 하다. 상급단체인 행정부노조도 정부 조직개편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 지난 5년간의 방송통신위를 어떻게 평가하나.

“최시중 위원장 체제하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심하게 훼손됐다. 반면에 정보통신 분야는 심하게 낙후됐다. 방송3사(KBS·MBC·YTN)의 편향성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지와 측근들의 책임이 크다. 방송통신위 직원은 지난 5년간 열심히 일했고 많은 성과를 냈다. 그런데도 (최 위원장 등의) 정치성 때문에 공은 희석되고 비난의 대상이 돼 버렸다.”

윤 위원장은 “사측이 일방적이고 보여 주기 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소통이 안 된다”며 “노동3권도 없고 단체협약도 없는 제도적 한계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행정부노조와 행정안전부 간 단체교섭은 2007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윤 위원장은 “공무원노조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지부가 생각하는 조직개편 방안은 무엇인가.

“흩어진 조직을 묶어 정보·통신·방송(ICT) 단독부처로 만들어야 한다. 고부가가치 산업의 핵심 분야는 정보통신이다. 정보통신부 기능이 방송통신위 외에도 지식경제부(R&D·산업진흥기능)·행정안전부(정보화·정보보호기능)·문화체육관광부(소프트웨어단속권·디지털콘텐츠기능) 등으로 쪼개졌다. 정보통신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모두 합쳐야 한다. 그리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단독부처가 필요하다. 여기에 우정사업과 미디어콘텐츠 기능을 보태야 한다.”

- 자칫 공룡부처라는 지적을 받을 것 같은데.

“정보통신 분야는 제조업·서비스업 등 모든 분야에 접목된다. 때문에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부처가 필요하다. 중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기술개발을 추진할 핵심 주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발휘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려면 진흥기능과 기금이 있어야 한다. 방송의 경우는 정치적 중립을 위해 ICT 전담부처 내에 따로 위원회로 두고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면 된다.”

- 지부 현안이 있다면.

“조합원 가입 확대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조합원 복지 등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 조직개편이다. 2008년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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