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우리나라 노동자 수의 절반을 넘어선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정규직과의임금격차와 차별대우 등으로 노사관계의 핵심 현안으로 등장했을 뿐 아니라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태와 문제점, 개선방향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뭐니뭐니해도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 때문에 차별대우를받는 게 제일 서러웠습니다. 임금차별은 말할 것도 없고 식비도 비정규직에게는지급되지 않았고 작업복도 정규직 사원이 입다 버리는 것을 얻어 입어야했습니다. ” 한국통신에서 7년여 동안 계약직으로 선로 유지·보수 일을 하다 지난해 말계약해지돼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아무개(32)씨는 지난해까지 월급 85만원에해마다 받는 퇴직금을 합해 연봉이 11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비정규직 노조설립 움직임이 일면서 회사쪽에 시정을 요구하자 비로소 작업복과 작업화가지급되고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 등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같은 일을 하는정규직 3년차의 연봉이 2500만~3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임금에서만 두 배 이상의차이가 났다. 구제금융 사태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당수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대체됐고, 고실업시대가 열리면서 1999년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52%를차지하면서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애초 비정규직은 주로 여성과 저학력층, 고령층 중심이었으나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고학력 청년층 비정규직 노동자들도크게 늘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 등 여러 부분에서 차별을 받고 있으나무엇보다 가장 큰 불만은 고용불안이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초 노동자들의 의식을조사한 결과, `직장에서 언제 해고될지 몰라 걱정이다'라는 항목에 `그렇다'고응답한 노동자는 정규직이 15%인 데 반해 비정규직의 경우 82%를 차지해 대부분이항상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의 경우 지난해 말 1만여명 가운데 7000명이 계약을갱신하지 않아 사실상 해고됐고 이들 가운데 5800여명은 한국통신의 도급회사에소속돼 하던 일을 계속 하게 됐으나 나머지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이후조직적으로 복직투쟁에 나서고 있다. 임금 차별 또한 심각하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00년 4/4분기 노동동향 분석을 보면, 정규직의 경우 월평균 임금이 154만3000원인 데 비해 임시고용직의 경우 85만원, 일용고용직의 경우 64만4000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호봉이 매년 오르는 정규직에비해 비정규직은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는 커진다.

지난 2년 동안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10% 안팎 올랐으나 비정규직의 경우엔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의 늪에서 탈출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비정규직 노동자5000명의 직장이동을 추적한 결과, 5년 뒤에도 비정규직에서 일하고 있는 비율이68%에 달해 한번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힘든 것으로조사됐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임금과 고용불안만이 아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절반이상이 의료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의 보호를 받지못하고 있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급증을 앞으로 노동시장 불안의 최대요인으로 꼽으면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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