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하루 앞두고 해고통지서를 받은 아파트 경비원이 70미터 상공 굴뚝에 올랐다. 서울의 대표적 부촌 중 하나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9년간 경비일을 해 온 민아무개(61)씨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신현대아파트분회 감사인 민씨는 지난달 31일 ‘우리는 일하고 싶다 해고를 철회하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조준규 서울일반노조 선전부장과 함께 아파트 내 굴뚝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민씨를 포함해 신현대아파트에서 촉탁직으로 일하는 경비원 14명은 최근 아파트 관리용역업체인 한국주택관리(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모두 60세 이상 노동자들이다. 한국주택관리는 그동안 65세까지 촉탁직으로 재고용해 왔는데, 지난해 3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촉탁직 상한 연령을 65세에서 60세로 낮췄다. 이에 경비원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등 반발하자 용역업체는 62세까지 경비원들의 정년을 보장하기로 했다.

같은해 11월 중순께 민씨를 포함한 60세 이상 경비원들 23명은 해고예정 통지서를 받았다. 관례적으로 연말에 사직서를 내고 다시 계약하는 방식으로 일해 왔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없이 사직서를 냈다. 하지만 용역업체는 23명 중 민씨를 비롯한 14명을 해고했다. 근무시간에 졸았다거나 순찰기록을 빼먹었다는 등 경미한 사유로 쓴 시말서가 해고기준이 돼 버렸다.

박문순 서울일반노조 법규정책국장은 1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3월에도 경비원 일부를 정리했다”며 “촉탁직 자체를 없애려고 시말서를 한 차례 이상 썼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주택관리는 14명 중 50년생인 4명은 62세가 넘었고, 나머지 10명은 인사고과를 매겨 기준에 맞지 않은 이들을 해고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씨의 농성이 시작되자 한국주택관리 관계자는 지난해 31일 분회측에 “3명 정도는 재계약을 해 주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와 분회는 이날 정오 굴뚝농성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해고된 경비원들의 고용보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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