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노동계는 충격에 휩싸여 있다. 한진중공업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한국외국어대에서 잇따라 노조간부들이 목숨을 버렸다. 극단적 선택의 배경에는 절망감이 자리 잡고 있다. 정치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 특히 법과 제도 개선을 통해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임무가 주어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움직임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자들의 죽음과 산적한 현안, 법·제도 개선을 놓고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을 여야 환노위 간사를 만났다.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26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야당 간사인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27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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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노동공약을 뒷받침하는 법·제도적인 정비에 주력하겠다.”

김성태(54·사진) 새누리당 의원은 내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운영방향을 이렇게 밝혔다. 김 의원은 계류법안 처리에 대해 정년연장 사례를 들며 “되는 것부터 하자”고 말했다. 노동시간단축이나 비정규직 차별시정처럼 의견이 일치하는 조항을 따로 떼어내 통과시키고, 같은 법안에서도 쟁점이 되는 조항은 심화과정을 거쳐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사내하도급법) 제정안의 경우 "노사정 논의를 더 거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른바 '박근혜노믹스'에 대해 “고용에 도움이 된다면 성장률이 감소하더라도 사업을 진척시키겠다고 할 정도로 과거 보수정권과 패러다임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잇단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미리 실망하지 말라”고 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당선자는 민생과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보듬는 민생정부를 꾸리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 박근혜 당선자의 노동정책은 이명박 정부와 어떻게 다른가.

“많이 다르고, 달라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친기업 정책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재벌대기업에 많은 혜택을 부여했지만 결론은 본인이 희망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다. 친기업 정책으로 기업들의 성과가 좋아지고 투자가 이뤄져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은 꿈같은 얘기다. 박근혜 당선자의 실천공약은 첫째도, 둘째도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따뜻한 노동정책이다.”

“박근혜노믹스는 성장보다 일자리 우선”

- 어떤 방법으로 구체화할 계획인가.

“박근혜노믹스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철학을 배경에 깔고 있다. MB정부는 경제성장을 일자리 창출에 우선했지만 박근혜노믹스는 쉽게 말해 고용에 도움이 된다면 성장률이 감소하더라도 그걸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근로시간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고용 확대·기술혁신 공약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할 것이다. 기업들이 근로자를 손쉽게 해고해서 일자리가 사라져 버리는 병폐를 없앨 것이다. 일자리의 질도 높일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두 마리 토끼를 쫓을 수는 없다. 상시·지속적 업무에 비정규직을 썼다면 어떤 경우라도 임금·근로조건에서 차별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게 박 당선자의 확고한 의지다.

마지막으로 경제성장률과 물가성장률을 더해 그 이상 인상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개선할 것이다. 기획재정부나 전경련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키워서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지금까지 보수정권은 분배나 복지보다 성장을 중시하는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박 당선자의 일자리·노동정책은 복지·분배·고용안정·고용의 질 개선에 중심을 두고 있다.”

- 박근혜 당선자 공약 중 통과 1순위로 꼽는 법안이 있다면.

“근로시간단축은 기존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의미가 있다. 박 당선자는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의지를 가지면 근로시간단축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본다.”

“계류법안, 합의된 부분부터 통과시켜야”

- 환노위에 발의된 법안을 보면 여야가 총론은 비슷한데 각론에서 차이가 있다.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장 입장에서 특수고용직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쉬웠다. 야당은 노동3권을 다 확보하자고 하는데, 그건 하지 말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되는 것부터 해야 한다. 근로시간단축도 탄력근로가 문제라면 분리해서 하면 된다. 나중에 논란이 되기 때문에 손대면 안 된다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는다.”

- 노동시간단축이나 비정규직 문제, 고용안정 등 큰 과제가 있다. 어떻게 풀 생각인가.

“박근혜 당선자는 노사정 논의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노사정 대화체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는 조직된 노동자들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 박 당선자는 공식일정을 시작하면서 중소기업부터 찾아갔다. 노동문제에서도 저임금·장시간 노동이 이뤄지고 있는 하도급업체나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활동을 적극 뒷받침할 생각이다.”

-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특수고용직 문제와 관련해 노조법 개정을 통한 보호방안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견임을 전제로 말하면 특수고용직에 대한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안심사소위에서 (노조법 개정을) 추진했는데, 그때도 민주통합당에서 받았으면 이미 처리됐을 것이다. 그거라도 먼저 합의해서 처리하면 했는데. 아쉽다.”

김 의원은 최근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노조법에 정한 근로자의 범위에 특수고용직을 포함하는 방식을 깜짝 제안했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특수고용직뿐만 아니라 구직자와 실업자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 야당이 사내하도급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사내하도급법 제정에 대해서는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반대하고 있다. 앞으로 노사정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통해 목소리를 반영하려고 한다. 차별시정과 관련한 노동행정을 강화해 사각지대 있는 사내하도급 문제를 본격적으로 점검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 토대 위에서 노사정 논의체에 제출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방안을 수용할 것이다.”

“박근혜 당선자 비정규직 문제 인식수준 높아”

- 대선 이후 노동자들이 연이어 목숨을 끊고 있다. 어떻게 하면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비교했을 때 노조나 노동자들 입장에서 박 후보의 노동정책이 미흡하고, 부족한 면이 많다는 것은 솔직히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다. 역대 정권 중 가장 친노동 정권이라던 노무현 정권도 5년 지나고 보니까 노동자 구속자수가 가장 많지 않았나. 그렇듯이 박근혜 당선자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과 노동운동을 껴안는 것에 소극적이고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미리 단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동정책이나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박 당선자와 대화를 한 적이 있는데, 비정규직과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의 인식을 갖고 있었다. 노조활동을 하는 분들이 막연한 상실감과 불안감에 휩싸여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을 끊는 것은 적절치 않다. 마음이 착잡하다. 특히 손해배상과 가압류는 노조활동을 황폐화시키고 무력화시키는 노동탄압 수단이다. 참여정부 이후 양성화돼 신종 노동탄압 수단으로 불리던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바람직하지 않다. 환노위 여당 간사로서 명확하게 밝힌다. 사측이 노조활동을 저해하고 노조의 단결력을 훼손하는 수단으로 손배 가압류를 악용하는 것은 반드시 막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손배 가압류 범위에 상한선을 두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 박근혜 당선자는 노동자 죽음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에게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과 노조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뭔가 메시지를 던져 달라고 건의하겠다.”

- 내년 1월 현대자동차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범실시한다. 중소 부품사들은 부담이 자신들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는데.

“노동운동의 사회적 인식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노조 조직률이 떨어지고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나빠졌다. 왜냐하면 이기주의적인 자신들만의 노동운동이 됐기 때문이다. 근로시간단축에서 보더라도 완성차업계에서 그들만의 야간근무 폐지, 실근로시간 단축 의미와 혜택만 있다면 협력하도급 업체의 근로조건 개선은 가능하지 않다. 한마디로 정규직 중심의 대기업 노조의 양보 없이는 어렵다. 지금까지 하청이 원청 근로자의 임금·근로조건 개선을 뒷받침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제는 대기업 정규직이 근로조건을 양보해서라도 비정규직과 하도급업체의 근로시간단축과 임금개선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 그러면 정부도 지원방안을 협의해 나갈 것이다.”

- 쌍용차 국정조사는 언제부터 시작할 생각인가. 김무성 전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은 대선 뒤 첫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번 임시국회는 사실상 내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것이다. 내년 임시국회에서 다룰 것이다. 국정조사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합의사항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일정을 잡아 주기를 바란다. 환노위는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다. 지금도 쌍용차에 무급휴직자들과 해고자 문제에 대한 성의 있는 태도와 내용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쌍용차의 경영여건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 쌍용차 노사가 머리를 맞대어 무급휴직자와 희망퇴직자들, 더 나아가 정리해고자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입장을 가져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국정조사가 될 것이다.”

“쌍용차 국정조사 내년 첫 임시국회서 할 것”

-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쌍용차 국정조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는데.

“대선 기간에 입장차가 컸다. 때문에 환노위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어 김무성 전 총괄선대본부장의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를 존중해야 된다. 그래야 양당 간 의사일정 관련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다.”

- 국정조사에서 어떤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생각인가.

“쌍용차가 매각과 기술유출, 정리해고를 할 당시의 경영내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분석해야 한다. 정리해고가 실질적인 경영상의 이유에 의해 적법한 절차와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회사가 정리해고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무급휴직자·희망퇴직자·정리해고자들의 복직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살펴볼 생각이다.”

- 야당은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과 관련해 환노위 긴급회의를 요구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새누리당이 보수정당이기 때문에 노동계의 입장을 무조건 외면하고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과거 인식을 불식하고 바로잡겠다. 야당도 노동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환노위에서 구호만 외치거나 정치적이지 않아야 한다. 여야 합의·여야 상생의 노력으로 노동자들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일련의 불행한 죽음에 대해서는 야당과 긴밀하게 대처하겠다.”

- 환노위에 기대를 걸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많은 노동조직과 노동자들이 우려와 실망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편협된 인식과 편향적 사고로 (대선 결과를) 볼 필요는 없다. 박근혜 당선자는 되레 민생과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보듬는 민생정부를 만들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소통을 통해 진정한 국민대통합을 이뤄 낼 것이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보듬는 정책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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