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상가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화환이 빼곡했다. 특실은 널찍했고 영정 앞으로 정성스레 차린 과일이며 음식이 가지런했다. 흰색 무명옷 걸친 주름진 사람들 서성이다 엎드렸고 또 상차림에 나서다 조문객을 맞았으며 종종 저기 비상구로 나가 담배를 피워 물었다. 왼쪽 가슴팍엔 까만 리본을 달았는데, 거기 얇은 상복 너머 한때 자랑이었던 조선소 이름이 언뜻 비쳤다. 국화 벌써 하나둘 시드는데 탈상은 기약 없다. 장래는 불투명했다. 노조 사무실 막혔다는 소식에 사람들 말문도 막혔다. 민주통합당 어느 의원이 보내온 국화가 영정 앞에서 말라 갔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진보신당이 또 각각 보내온 화환이 영도구민 장례식장 4층 특실 비상구 앞에서 또한 시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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