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 18대 대통령 선거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3.6% 포인트 차이로 따돌린 박 당선자는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 과반 득표한 대통령이 됐다. 박 당선자는 첫 여성 대통령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부녀 대통령이라는 의미가 부여됐다. 75.8%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인 이번 대선에서 박 당선자는 서울과 호남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이겼다. 세대가 고루 높은 투표율을 보였지만 5060세대의 투표참여는 압도적이었다. 5060세대는 80% 이상 투표했는데 박 당선자는 이들 세대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50대 투표율은 무려 90%에 달했다.

‘5060세대가 몰고 가는 버스에 2030세대가 승차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여론을 주도해 온 2030세대를 제치고 5060세대가 여론 주도층으로 전면에 부각됐다. 새 시대·새 정치를 열겠다는 후보보다 ‘준비된 대통령’을 구호로 내세운 후보를 선택했다. 이들은 변화보다 안정을, 꿈보다 냉엄한 현실을 선택의 잣대로 삼았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폭발적으로 결집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대결은 아니었다. 전통적인 지역 대결구도를 포함한 세대 간 전쟁이 선거를 좌우한 것이다. 야권의 패인 원인도 바로 5060세대를 놓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들 세대의 안정지향적인 선택이 사회의 주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면 5060세대의 투표성향을 어떻게 봐야 할까. 5060세대는 이른바 ‘베이비붐세대’라고 한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세대가 핵심이다. 정년이 돼 소득은 없는데 국민연금 받을 나이가 되지 않은 불안정 노동세대다. 전체 인구 중 베이비붐세대는 약 15%(712만명)에 달한다. 이들 세대의 은퇴는 2010년부터 시작됐으며 실제 정년은 이보다 더 빠르다.

그간 우리 사회는 베이붐세대의 은퇴 이후 일자리와 삶보다 실업난을 겪는 청년세대에 주목했다. 일자리 취약계층인 청년·중고령자·여성 가운데 청년이 실업의 가장 큰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베이비붐세대보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더 초점을 맞췄다. 베이비붐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자영업자로의 변신이었다. 또는 서비스업종의 저임금 일자리다. 최근 정년연장과 은퇴 이후 일자리가 새롭게 조명되고, 논의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초보적인 수준이다. 실업자가 되거나 학비를 더 대야하는 자녀가 있는 베이비붐세대에게 이런 현실은 암울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변화보다 안정이었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대통령과 정당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존재인정을 위한 투표를 했고, 박근혜 당선자와 새누리당을 통해 이를 표출했다.

때문에 대선 결과는 여야 정치권이나 새 정부의 정책이 어디로 향할지 예상케 한다. 중장년층의 은퇴, 일자리와 삶의 질과 관련된 정책에 힘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쪽이 줄어야 한쪽이 늘어나는 시소게임처럼 치부됐던 일자리 문제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을 종전보다 더 날카롭게 대립시킬 수 있다. 대선과정에서 여든 야든 세대 간 경쟁을 낳은 일자리 문제에 대해 종합 처방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상황은 더 악화되고 때문이다.

물론 이런 분석은 노동문제가 대선 쟁점에서 사라진 상황에서 미시적일 수 있다. 또 계급 또는 계층 투표분석은 배제돼 있다. 하지만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깃발이나 계급정치로 가기 위한 진보적 정권교체 구호는 이번 대선에서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했다고 애초 목표였던 계급정치마저 포기할 이유는 없다. 대선에서 나타난 중장년층의 전면 부각과 청년층의 높은 정치의식은 어쩌면 진보정치세력에겐 희망일 수 있다. ‘무상급식’이라는 대안 정책을 뿌리내린 진보정치세력이 풀어야 할 영역이 분명해졌다. 복지국가뿐만 아니라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선거 결과를 두고 망연자실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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