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가 18대 대통령에 당선했다. 그는 20일부터 당선자 신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앞으로 5년을 이끌 정책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과 함께 만들어질 예정이다.

대통령 선거는 끝났지만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에서 60일 넘게, 평택 쌍용자동차 인근에서 30일 넘게 고공농성을 하던 이들은 아직도 철탑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삼성백혈병은 5년째 논란이고 올해 4월 파업에 들어갔던 노동자들은 아직도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도 국민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박근혜 당선자에 대해 어떤 기대와 우려를 갖고 있는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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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따라 사내하청 정규직화해야”

최병승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새누리당이 19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사내하도급법안을 제출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보기엔 사내하도급법은 불법파견을 은폐하려는 ‘정몽구 보호법’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박근혜 당선자는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 법안을 폐기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그래야 박 당선자가 이야기한 경제민주화나 비정규직 차별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쌍용차 국정감사도 새누리당 차원에서 약속한 문제이니만큼 국정감사를 빨리 열어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밝혔으면 좋겠다.

법과 제도를 지키겠다고 한 박 당선자는 청문회를 통해 밝혀진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공작에 대해서도 신속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대차 비정규직문제도 대법원에서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했다고 최종 판결을 내리지 않았나. 법에 따라 빠르게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 이것이 박 당선자가 약속한 경제민주화의 실현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 즉각 이행하라”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

사람 좀 그만 죽이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절망 속에 죽어간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 새 정부에서는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새누리당이 약속한 쌍용차 국정조사도 즉각 이행하기 바란다. 내년도 예산안 등을 다루는 임시국회가 20일 시작됐다. 대통령 당선자와 새누리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약속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일반적으로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일정 기간 상호 비방을 자제하는 일종의 허니문 기간을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노동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허니문이 있을 수 없다. 평택 쌍용차 공장 앞 철탑농성이 30일 넘게, 울산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철탑농성이 60일 넘게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는 즉각적인 해결조치를 강구해 인수위 기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가 강조해 온 ‘국민 대통합’에 대해 우려의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통합의 잣대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노골적 탄압이 예상된다. 특히 노동문제와 관련해 당선자 주변에 전문가들이 얼마나 포진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극단적 관계로 몰아가지 않을지 걱정된다. 국민 대통합이 그들만의 통합이 돼서는 안 된다.

“삼성직업병 입장 밝히고 대책 마련할 때"

이종란
노무사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반올림은 대통령 선거 기간 노동자 건강권과 삼성직업병에 관한 입장을 묻는 정책질의서를 각 대선 후보에게 보냈다. 이와 관련해 당선자가 된 박근혜 캠프에서는 다른 후보 캠프와는 달리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답변서를 보내오지 않았다.

다른 후보 캠프는 대부분 삼성직업병을 인정하고 삼성의 책임을 강조했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측면에서 기업(삼성)이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는 화학물질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직업병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진 지 5년이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삼성에서 일하다가 직업성 암에 걸린 피해자들의 고통은 심화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는 선거 기간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국정을 책임질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한 나라를 책임지는 위치에 오를 사람으로서 이제라도 삼성직업병에 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특수고용직도 평범한 노동자”

유명자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장

대권을 누가 잡아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봤다. 운동진영 전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기울어졌고, 선거 결과 이후 분위기를 보면 당장 우리나라가 어찌 될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는 싸우는 게 힘들어질 것으로 보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대선에서 공약이라는 것이 실제 지키기 위해 내는 것이라기 보단 남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공약에서조차 박근혜 당선자는 특수고용직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도 노동계가 반발하는 사내하도급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표심을 가져가기 위해 행동이라도 있었을 법한데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한 치의 틈이 없었다. 이제 대권을 잡았으니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눈에 그려진다.

그럼에도 바란다면 정리해고·비정규직·노조탄압으로 싸우는 장기투쟁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국가 전복세력의 목소리인 것처럼 인식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고쳤으면 한다. 특수고용노동자들도 이 나라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서 생활하는 평범한 노동자라는 것을 알아 줬으면 좋겠다. 큰 바람이다.

“자본편향적 정부 태도 바로잡아야”

김호열
사무금융노조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지부장

박근혜 당선자는 후보시절 비정규직·정리해고 등 우리사회의 굵직한 노동이슈에 대해 무게감 있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빠른 실천으로 이러한 민생정치나 국민 대통합을 염두에 둔 공약들이 선거를 위한 거짓이 아님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박 당선자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통치 방식을 반복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다. 박 전 대통령은 노동자의 희생을 제물삼아 국가를 운영한 인물이다. 박 당선자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박 전 대통령이 노동자에게 진 빚을 갚아 나가는 것이라고 본다.

또한 노사관계에 있어 적극적인 관리자의 모습을 기대한다. 대다수의 국민이 노동자인 상황에서 이는 대통령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의 장기파업 사태는 노동부의 방관자적인 태도에서 기인한다. 박 당선자가 노사관계에 깊이 개입해 노동부의 자본 편향적인 태도를 바로 잡아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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