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연 선본

김소연(사진·42) 노동자대통령 후보에게 이번 대선은 말 그대로 전쟁 같은 시간이었다. '후보등록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을 샀던 김 후보는 선거운동기간에는 '군소후보홀대'를 넘어 경찰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상 초유의 일을 당했다. 그럼에도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 구도에서 김 후보의 선거투쟁은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삼성'과 '청와대'로 상징되는 자본과 권력에 끊임없이 돌팔매를 날려 생채기를 냈고, 민주노총의 지지후보는 아니었지만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김 후보는 "김소연에게서 희망을 봤다는 노동자들과 지금 표를 주진 못하지만 마음은 항상 함께한다고 얘기를 건네는 국민이 있는 이상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향하는 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19일 오후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단잠을 자고 있던 김 후보를 깨워 만났다.

- 보호받아야 할 경찰한테 폭행당한 유일무이한 대선후보가 됐다.

“그들에겐 대선후보가 아니라 그냥 노동자들이었던 것 같다. 대선후보가 아니었으면 더 심하게 대했겠지만 말이다. 경찰은 선거유세를 가장한 집회라고 주장했다. 어느 정도 감수하고 시작했지만 경찰이 대선후보를 몸으로 밀어내고 폭행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제주 강정마을에서는 공사현장을 둘러보겠다고 했는데 거부당했다. 다른 후보가 갔다면 그렇게 했을까. 기탁금도 똑같이 냈는데.(웃음)”

- 선거유세도 투쟁의 연속이었는데.

“재벌과의 싸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강정·밀양·철거민 등 모든 투쟁이 결국 재벌과의 싸움이지 않나. 재벌의 상징이 삼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첫 유세를 삼성 앞에서 했다. 마지막날에도 삼성을 찾았다. 전날(18일) 삼성 수원공장 앞에서 유세를 했는데 정문을 걸어 잠그고 용역들을 배치하더니 면담 공문조차 수령하지 않았다. '절대 소통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명박 정부와 같은 모습을 삼성에서 봤다.

여러 차례 밝혔지만 재벌과의 싸움은 계속할 것이다.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노동자계급정당은 투쟁하는 정당, 노동자들과 함께하고, 재벌과의 싸움이 불가피한 정당이다.”

- 선거기간 가장 힘들었던 점은.

“살인적인 일정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군소후보이다 보니 정책을 알리고 소통하는 데 많은 제약을 받았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 토론회도 한 번밖에 못했다. 그나마 토론회를 한 뒤에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토론회 전에는 사람들이 나를 대선후보인지 선거운동원인지 구분도 못했다. 토론회에 나온 뒤에는 얼굴을 알아보시고 ‘고생한다’, ‘정말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 민주노총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민주노총이 이수호 서울시교육감 후보와 권영길 경남도지사 후보 지지선언은 했는데, 대선후보에 대해서는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투쟁하는 노동자가 대선에 나왔으니까 지지하거나 지원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아무런 지원이 없었다. 민주노총이 앞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조직 내 논의도 중요하지만 분명 ‘어용’이 아니라면 밑에서부터 자생적으로 올라온 움직임을 민주노총이 받아안고 지지·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야권연대 압력은 없었나.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선후보 사퇴에 대해 ‘진보의 후퇴’라고 비판했는데.

“선본사무실로 항의전화가 들어왔다. 하지만 ‘투쟁하는 노동자대통령 후보’여서 그런지 노골적으로 사퇴하라는 얘기는 없었다. 이정희 전 후보의 사퇴는 예상했던 것 아닌가. 민주통합당이 우리 노동자들의 얘기를 해 줄 수 없다고 봤다. 마지막까지 노동자들의 얘기를 끝까지 하면서 싸울 후보가 필요했다.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노동정치가 실종되는 걸 보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실망했다. 그들에게 투표를 포기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 줘야 한다는 판단으로 여기까지 왔다. (선거) 이후에도 자본 중심의 체제를 극복하는 내용으로 계속 싸울 것이다.”

- 표는 얼마나 받을 것 같나.

“표로 얘기하지는 않겠다.(웃음) 트위터에서 ‘이번에는 표를 주지 못하지만 마음만은 함께한다’는 멘션을 많이 받았다. 김세균 교수가 말한대로 우리가 받는 10만표는 백만이 되고 천만이 될 것이다. 선거기간 동안 보고 느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바람을 모아 우리가 주체가 되는 정치투쟁을 해 나가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의 얘기를 귀 기울여서 듣는 노동자·시민이 많았다. 그런 분들의 마음을 담아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함께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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