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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ILO 결사의 자유 보장을 위한 기본전제박주영 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2012년 10월17일 두 명의 노동자가 자신이 일하던 공장 옆 송전탑에 올랐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 칼바람을 막을 가리개 하나 없이 나무판 한 장을 깔고 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해 허공에 매달려 있다. 대법원에서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원직복직 명령을 확정받은 최병승씨와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사무장 천의봉씨다.

한국에서 사내하도급은 파견법을 통해 간접고용이 허용되면서 확산된 왜곡된 고용형태다. 대법원은 사내하청 소속 현장관리자를 통해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내리더라도 현장관리자는 원청 사용자가 결정한 것을 전달한 것에 불과할 뿐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일반적인 작업배치권과 변경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실상의 파견이라고 판시했다. 외관상 도급으로 위장된 이러한 불법파견은 노동자를 사용하는 원청사용자가 고용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원청사용자는 이를 부인하면서 노동자들과의 교섭요구나 쟁의행위를 업무방해로 고소, 용역경비를 동원한 폭력, 손해배상과 가압류 등 갖은 탄압을 했다. 이어 업체폐업·계약기간 만료·징계 등을 통해 조합원들을 해고했다.

2008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불법파견을 통해 원청사용자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상황에 대해 비정규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고 강력하게 시정을 권고했다. 현대차·기륭전자·하이닉스매그나칩·KM&I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단결권 행사와 관련해 ILO는 △노조결성 및 쟁의행위를 이유로 한 계약해지와 해고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독립적 수사와 강력한 제재 △해고된 노동자들의 원직복직을 위한 긴급구제조치 △업무방해를 이유로 한 손배·가압류·구속·수배 등 노동탄압에 대한 수사 △사설 경비용역을 통한 폭력행위에 대한 수사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가 결사의 자유원칙에 부합되도록 필요한 개선조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단협 체결을 위해 원청사용자와의 단체교섭 성사를 위한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권고했다.

2009년 11월과 2011년 3월 등 3차례에 걸쳐 ILO 권고안이 한국정부에게 전달됐지만 5년의 임기 내내 이명박 정부는 ILO 권고를 묵살했다. ILO는 “권리가 짓밟힌 비정규 노동자들의 원상복구, 특히 해고자 복직에 관해 한국정부가 어떠한 조치를 취했다는 정보가 없다는 점에 깊이 우려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2012년 3월 다시 권고안을 채택했다. 2012년 권고는 한국 대법원이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후 △승소 당사자인 최병승씨를 비롯한 위장도급 관계에 있는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한 진전된 내용의 보고 △노동자들의 부당해고에 대한 수사와 원직복직 △용역폭력에 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조치 △가압류·가처분 등 사법절차의 남용을 막을 보호장치의 마련 △노동자의 기본권 행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남용되는 사내하도급을 방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행사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정부가 사회적 파트너들과의 협의를 통해 적절한 절차를 개발할 것을 요구했다.

2004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 이후 온갖 폭력과 해고,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비정규 노동자들을 탄압해 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금까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2012년 10월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2011년 현대차의 순이익 4조7천억원의 6%만으로 불법파견 노동자 8천명을 정규직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으나 현대차의 실질적 권한을 갖은 정몽구 회장은 증인신문에 응하지 않았다. 김억조 부회장은 불가입장만을 반복했다.

오히려 현대차는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도급화와 기간제 전환을 시도하고, 대법원의 판결에 승복하지 않으면서도 정규직화 투쟁을 막기 위해 고공농성을 하는 최병승씨가 송전탑을 내려오지 않는 것은 복직의사가 없는 것이라는 악의적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불법파견 판정 이후 8년, 대법원 판결 이후 2년 동안 현대차의 사용자 책임 인정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20여명의 구속과 160여명의 해고, 1천여명의 징계가 반복됐다. 3명의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시너를 붓고 분신을 하면서 정규직화를 외쳤고, 두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국제사회는 현대차의 불법파견 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극도의 심각성과 위급성을 가진 사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국제금속노련·국제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금속노조 등 공동제소자들은 12월 ILO 결사의자유위원회가 요청한 추가 보고자료를 제출하고 2010년 이후 폭력과 감금·구속과 수배·손배와 가압류·대규모의 해고와 징계로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보고할 계획이다. 내년 3월 열리는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계속되는 한국정부의 권고불이행에 대해 ILO 대표들이 한국을 방문해 권고 이행상황을 조사하거나 조사관을 파견하는 등 강도 높은 압력조치를 취할 수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비정규 노동자의 삶은 허공에 떠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뒤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노동자의 삶을 지켜 주는 일, 더 이상 불법파견으로 고통 받지 않고 직접고용 정규직화의 요구가 온전히 이행되도록 하는 일이다.

박주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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