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 수만명의 인파가 모였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마지막 광화문 유세현장이었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까지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고조됐다.

이날 유세현장을 지킨 이석행(54·사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캠프 대외협력위원장은 “저 많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열망에 대해 남은 사흘 동안 우리에게 더 많은 분발이 요구된다”면서도 “노동자들이 더 많이 동참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고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그는 대외협력위원장 자격으로 전국의 노동현장을 누비며 노동자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같은날 저녁 인천시 계양구의 한 카페에서 이 위원장을 만났다.

인천서 야권단일후보 시장 당선에 앞장

- 민주통합당 입당 전 송영길 인천시장 노동특보로 활동했는데.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송영길 시장을 인천시장 야권단일후보 만드는 데 앞장선 바 있다. 당시 노동자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송 시장 당선 뒤 노동특보 제안을 받았다. 계속 고사하다가 무보수 노동특보를 제안해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

이 위원장은 인천에서 25년을 살았다. 그동안 진보정당만 생각했다. 그러다 지방선거가 있던 그해 인천을 돌아보곤 새삼 놀랐다고 했다. 시장과 구청장 전원, 시의원 33명 중 32명, 국회의원 12명 중 10명이 옛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그때 인천지역 노동운동가들과 고민을 나눴다. 인천에서 야권단일후보를 만들어 보자고. 가장 유리한 후보가 누구냐고. 과거에 같이 노동운동을 했던 송영길 의원을 설득했다.”

이 위원장은 당시에도 옛 민주노동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3월5일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때마침 대법원에서 민주노총 총파업이 업무방해가 아니라고 파기환송 판결이 나왔다. 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뜻을 통합진보당에 우회적으로 전달했다. 그런데 반응이 시큰둥했다. 반면에 민주통합당에서는 같이 일하자고 적극적으로 제안해 왔다. 결국 전국을 다니며 노동자 의견을 듣고 노동자 4만8천명의 서명을 받고 민주통합당 입당을 결심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총파업 집회와 116차례에 걸친 전국 이랜드 매장 점거투쟁을 주도한 혐의로 2008년 12월 구속됐다. 2009년 3월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출소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정권교체 안 되면 노동자·서민 죽어난다”

- 민주통합당이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인가. 고민이 컸을 텐데.

“물론 민주통합당은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들어가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았는데.

“정권교체가 안 되면 노동자와 서민이 죽어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산업은행이 민영화되면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한국지엠 등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공공성을 강화하지 않으면 국민이 도탄에 빠지고 나라가 거덜날 것 같았다. 절박한 심정으로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외협력위는 시민·사회단체와 직능단체가 민주통합당과 교감을 갖도록 교량역할을 담당한다. 외부조직을 민주통합당과 접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외협력위는 이 위원장과 이용선 민주통합당 의원의 공동위원장 체제로 꾸려져 있다. 대외협력위 내 노무사·세무사·의사 등 직능위만 100개가 넘는다. 이 위원장은 주로 노동현장을 파고들고 있다.

“대외협력위에 ‘노동혁신단’을 구성해 전직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조직하면서 현장을 파고들고 있다. 노동혁신단 소속 부위원장만 200여명이다. 이세종 전 대우조선노조 위원장·유덕상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모셔왔다.”

"대외협력위 노동혁신단, 전국 노동현장 누벼"

- 노동혁신단의 주요 활동을 소개해 달라.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사퇴하기 전에는 안 전 후보가 강하다고 판단되는 거제·진주·인천 등을 다니며 30여개 사업장에서 지지선언을 끌어냈다. 후보단일화 뒤에는 현장 간담회로 전환했다. 과거에 내가 조직했던 현장에 들어가서 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고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지 의견을 나눴다. 110여개 사업장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처럼 현장을 공략하는 대외협력위에 대해 혹자는 ‘장돌뱅이’라고 했단다.

“처음에는 (장돌뱅이란 말에) 사실 기분이 나빴다. 대외협력위는 안 가는 곳이 없다. 노조·요양원·노무사 모임 등 동서남북 안 가는 곳이 없다. 장돌뱅이면 어떤가. 지금은 괜찮다.”

- 전국을 다녔는데. 반응이 어떤가.

“단일화 이전에는 냉소적이었다. 노동자나 시민 누구든 ‘후보단일화 해서 와라’고 했다. 심지어 나의 텃밭인 경남·진주·거제에서도 같은 반응이 나왔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단일화 전이었는데도) 분위기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문재인 후보가 괜찮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래서 지지선언도 끌어낼 수 있었다. 단일화 이후에는 간담회도 별 어려움 없이 다닌다. (다른 진보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어느 대공장 노조는 간담회를 가지면서 ‘내놓고 지지하지는 못하지만 정권교체를 해야 하니까 이석행 위원장 힘내라’고까지 하더라. 분위기가 좋아졌다.”

이 위원장은 "노동현장을 다니며 약속한 것들을 이행하기 위해 당사자를 포함시키는 포럼 형식의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 이명박 대통령과 다르지 않아”

- 현장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나.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미국에 가서 한 이야기를 한다. 이 대통령은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미국에 온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주식회사 CEO로서 미국에 왔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주식회사라면 국민은 종업원이다. 노동자가 주인인 회사가 있던가.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DNA와 철학의 문제다. 주인으로 살 것인가, 종으로 살 것인가의 문제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이명박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공공기관 민영화를 추진할 때 박 후보가 반기를 들면서 안 된다고 철학적으로 막은 적이 있느냐”고 반문한 뒤 “박 후보 역시 보고 배운 게 그것인데 집권하면 또 그럴것”이라고 지적했다.

- 문재인 후보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해고됐을 때 변호를 했다. 86년 대동중공업노조 위원장을 하다 해고됐고, 91년 대의원 시절에는 파업을 주도했다고 또 해고됐다. 두 번 모두 문 후보가 변호를 맡았다. 그는 내 이야기를 몇 시간이고 조용히 들어줬다. 돼지국밥 같이 먹고 그랬다. 그땐 참 말이 없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법정에서는 달랐다. 열혈 변호사였다.”

- 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

“박근혜 후보가 여러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하지만 풀빵 하나 먹었다고 풀빵 장사 애환을 아는 게 아니다. 채소를 사면서 한두 마디 나눴다고 그 삶을 아는 게 아니다. 문재인 후보는 노동자의 삶과 궤적을 같이했던 사람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주변의 만류에도 공공기관·공무원 노조의 집회현장을 찾는 그의 결단력도 봤다. 거기에 우리가 역할을 가미해야 한다. 대통령이 노동을 비롯해 전체를 다 볼 수 있도록 늘 주변을 환기하는 것이 우리가 맡은 역할이다.”

“노동자와 함께한 문재인 선택해야”

- 이 위원장의 출신조직인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이 실종된 상태인데.

“매우 안타깝다.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정신이나 사상이 바뀌거나 변질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더 큰 물에서 단결할 기회가 올 것으로 믿는다.”

- 이제 정치인이 됐다고 생각하나.

“아직도 노동자다. 아직 정치인 생리가 맞지 않는다. 지금도 민주노총에서 활동할 때처럼 목표의식을 갖고 열심히 뛰기만 한다. 역할이 주어지면 열심히 할 뿐이다.”

이 위원장은 대선이 끝나면 그의 일터로 돌아간다. 그는 인천의 한 중소 제조업체에서 일한다. 지난 10월부터 이달 22일까지 휴직상태다. 사장은 이 위원장의 친구다. 해고된 뒤 갈 데 없는 그를 머물도록 해 줬다. 그는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조건 투표해야 한다. 노동자·시민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이웃을 설득해 문재인 후보 당선을 위한 전도사로 나서 주기를 바란다. 정권교체를 위해 투표를 독려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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