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산재병원은 정부가 내팽개친 형태에서 운영됐어요. 산재병원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부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다. 임기 3년 동안 산재병원 지원의 필요성을 알리고 산재병원이 공공병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숙현(45·사진) 보건의료노조 근로복지공단의료지부 지부장 당선자는 지난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지부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최 당선자는 이달 6일부터 8일까지 치러진 8대 임원선거에 단독출마해 72.7%의 찬성률로 당선됐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다.

“산재병원에 돈벌이 시켜선 안돼”

산재병원은 인천·태백·창원 등 전국 10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공공병원이지만 국가의 예산 지원이 없어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최 당선자는 “현행 시스템으로는 산재환자를 상대로 돈벌이를 해야 한다”며 “산재병원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재병원의 공공적 역할을 감안할 때 재정수지 적자분은 국가 예산으로 보전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은 2010년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산재의료원과 통합했다. 공단과 의료원은 한 기관이 됐지만 이해관계는 다르다. 공단은 환자를 하루빨리 사회로 복귀시키려고 한다. 반면에 산재의료원은 치료를 오래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최 당선자는 “돈을 벌려면 수술 환자를 많이 받거나 암환자를 치료해야 하는데 산재병원은 재활이 중심”이라며 “돈이 안 되는 환자군을 치료하는 역할인데도 수익을 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병동에 80여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습니다. 그런데 배치된 간호사는 두 명이에요. 게다가 한 명은 행정업무를 봅니다. 나머지 한 명이 병원을 날아다녀요. 그런 상황에서 산재환자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습니까. 열심히 일하는 조합원들이 마치 병원 적자를 낸 죄인인 것처럼 느껴서야 되겠습니까.”

최 당선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산재병원에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눈물로 싸운 40일

젊은 남성 조합원들은 그를 ‘형님’이라고 부른다. 최 당선자는 “늘 긍정적이고 농담도 좋아하는 편인데 일할 땐 ‘무섭다’, ‘강하다’, ‘카리스마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친근감이 느껴져 ‘형님’이란 호칭도 좋다”고 말했다.

90년 순천병원 간호사로 입사해 99년 산재의료관리원노조(현 근로복지공단의료지부) 순천병원지부 대외협력부장으로 노조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순천병원지부장을 거쳐 현재 7대 집행부 수석부지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 당선자는 “노조활동을 오래했던 만큼 노련함으로 지부를 이끌어 가겠다”며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조합원들을 위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부 수석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고 했다. 최 당선자는 “이명박 정부 5년간 타임오프 제도와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으로 현장이 무너졌다”며 “다음에 어떤 정부가 들어설진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명박 정부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공공부문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산재병원에 총정원 대비 10.8%인 218명에 대한 인력 감축을 통보했다. 노사는 2010년 12월 고용안정위원회를 구성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막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노사가 11차례 실무회의를 진행해 명예퇴직과 전직지원을 통해 퇴직희망자들을 받았다.

하지만 공단 경영진은 병원에 남겠다고 한 52명에 대해 올해 말까지 해고를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지부는 10월22일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에 돌입한 지 40일째 되던 날 공단 경영진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노사가 합의한 만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다.

최 당선자는 “천막에서 지낸 40일 동안 조합원들의 절절한 심정을 온몸으로 체득했다”며 “천막농성 해단식을 갖고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당시 상황을 말하던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는 “조합원들이 ‘생명의 은인이다’, ‘가족을 살렸다’고 말했다”며 “노조활동하면서 욕먹는 것에 익숙했는데 칭찬을 들으니 정말 보람되고 힘이 났다”고 환하게 웃었다.

"지부장에 당선된 뒤 조합원 한 분이 문자를 보내왔어요. '지부장 역할을 잘 할거라 믿는다, 또 좋은 엄마, 착한 아내가 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문자가 굉장히 가슴에 와 닿았어요. 조합원을 사랑하는 지부장, 좋은 엄마, 착한 아내까지 다 잘해 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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