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불길은, 또 연기는 하늘로 솟았다. 곧, 아스라이 사라졌다. 한때 굳세어 하늘 향해 뻗던 나무는 재가 되어 풀풀 날렸다. 탄내 진동했다. 그 뒤로 평택 아니 울산, 또 어디라도 다를 바 없는 철탑이 우뚝. 2012년 노동의 증표가 섰다. 불같이 살던 이가 하늘로 올랐다. 가난한 사람들의 정당을 꿈꿨던 사회주의자는 이제 장작처럼 말라 벽제화장터 불길을 향했다. 한 줌 재로 남았다. 우직하게도 붙들어 지킨 그의 꿈은 지금 연기처럼 아스라이 흩어진다. 그의 정책 얼마간이 여당과 야당의 대선후보 공보물에 실렸으나 그것은 도장 없는 유언장에 그친다. 그러나 긍정과 낙관이야말로 올곧은 무기였음을 그는 기록했다. "의사들은 내게 25%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 살아오면서 그처럼 커다란 확률을 잡아 본 적 없는 나로서는 로또 맞은 것처럼 기쁘다." 사람들이 모아 준 치료비를 두고 "얼른 나아서 술 바꿔 먹자"던 이재영 전 진보신당 정책위의장. 한 시대 노동과 진보정당 운동의 사표(師表)가 갔다. 온기 얼마간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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