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100명이 있는데 1명이 반대하고 99명이 찬성한다면, 저는 1명이 동의할 때까지 설득합니다. 제약노동자들이 함께 가고자 하는 목적도 여기에 있습니다. 1명의 고용은 99명의 고용만큼 중요하거든요. 1명의 고용이 위태로워지면 나머지 99명의 고용도 불안해지기 때문입니다."

한국민주제약노조가 출범을 알린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만난 김상찬(49·사진) 위원장은 "고용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별전환의 이유이기도 하다.

노조의 모태는 한국노총 화학노련 제약분과 영업대표자 모임이다. 이들은 2년 전부터 산별전환을 모색해 왔다.

"영업직은 생산직과 달리 한 공간에 모여 일하지 않기 때문에 노조활동이 쉽지 않아요. 노조를 만드는 것부터 고난의 연속이었죠."

산별노조로 전환한 이유는 또 있다. 다국적제약사의 고용형태 유연화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최근 중소 제약사를 중심으로 영업업무를 도급업체인 CSO(계약판매대행사)에 외주화하는 추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산별노조는 제약사 소속이 아닌 이들도 조합원으로 받을 수 있다. 노조의 조직대상은 '제약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다. 김 위원장은 "비정규직도 조직화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산별노조 건설을 결의하고 10개월 만에 어렵사리 노조 출범에 성공했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더욱 험난하다.

"산별노조를 인정받아야죠. 기업별노조일 때도 노조활동이 쉽지 않았습니다. 산별노조는 더 힘들지 않겠습니까."

현재 노조에 소속된 8개 제약사 중 3곳만 풀타임 전임자를 인정하고 있다. 나머지 5곳의 위원장들은 전임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사용자단체에 산별교섭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대각선 교섭을 할 계획"이라며 "내년에 대의원대회와 조합원 총회를 여는 사노피아벤티스·화이자·겜브로에서도 산별노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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