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
공인노무사
(철도노조
법규부장)

대상 판례 / 대전지방법원 2011노369 업무방해

1. 사건개요


철도공사는 임금 및 단체협약을 갱신하기 위해 2008년 7월께부터 노사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2009년 5월께부터 새로운 사장이 임명되자 교섭을 다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철도공사의 교섭해태 중지, 단체협약 개악안 철회 등을 목적으로 철도노조는 2009년 6월 준법투쟁, 2009년 9월 하루 경고파업, 2009년 11월5~6일 경고파업, 2009년 11월26일~12월3일 전면파업을 벌였다. 이에 철도공사는 철도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200여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 중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간부들에 대한 업무방해고소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본 대상판결이다.

이미 철도노조 위원장 등 주요간부에 대한 업무방해 고소사건은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현재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대법원 2011도468) 대부분의 지방법원에서도 유죄판결이 나왔으나, 대상판결은 소극적으로 근로제공을 중단하는 방식의 파업(이하 ‘단순파업’이라 함)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1.3.17. 선고 2007도482)의 판례법리를 철도파업 업무방해사건에 적용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특징이 있다. 동 판결 이후 올해 11월29일 대구지법 안동지원도 철도파업 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했다.

2. 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은 단순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철도노조가 행한 각각의 쟁의행위에 대해 △노동위원회 조정절차 및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쳤으며, △철도노사는 지속적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며 합의에 이르지 않아 사용자인 철도공사는 쟁의행위에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예측이 가능했고, △철도노조는 각각의 쟁의행위에 앞서 투쟁지침·기자회견 등을 통해 쟁의행위를 사전에 예고했으며, △쟁의행위 당시 필수유지업무자로 지정된 인원들은 쟁의행위에 참가하지 아니한 채 근무를 계속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각 쟁의행위의 목적이 공기업선진화 반대, 해고자 복직, 고소·고발 및 징계철회, 손해배상소송 철회, 연봉제 도입 반대 등으로 이는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 각 쟁의행위는 철도공사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없고, 쟁의행위로 인해 상당한 손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이는 철도 사업장 자체의 성격에 기인한 것으로 각 쟁의행위가 전격적으로 이뤘졌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철도노조의 각 쟁의행위는 사용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무죄라고 판결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 1심은 철도노조의 각 쟁의행위가 주체·목적·절차·방법 등에 있어 모두 정당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봐 무죄를 선고했다. 대상판결은 쟁의행위 목적에 대한 부분은 간접적으로 판단하였을 뿐, 철도노조의 각 쟁의행위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업무방해죄 해당여부를 판단했다. 대상판결은 아울러 단순파업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해석론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를 전격성과 손해발생을 구분해 살펴본다.

먼저 ‘전격성’에 대해 대상판결은 노조법상 쟁의행위 절차와 쟁의행위의 목적의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노조법에서 상정하고 있는 쟁의행위에 이르게 되는 절차를 거쳤다면 사용자는 쟁의행위의 행사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이럴 경우 당해 쟁의행위가 전격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본다. 아울러 쟁의행위 절차에 있어 찬반투표 등의 흠결 유무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사후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쟁의행위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봐 전격성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또한 쟁의행위 목적 역시 단순히 목적이 부당하다고 해서 전격성을 바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변경된 판례법리에 따라 이제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있어 쟁의행위 목적은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없다. 쟁의행위의 목적이 부당하다 하더라도 노동위원회 조정절차 등 통상적인 절차를 충족했다면 사용자가 쟁의행위의 돌입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판결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했다. 단체교섭 등이 전제될 여지가 없는 순수한 정치적 목적의 파업이 아니라면 소위 경영권에 관한 사항을 목적으로 하는 파업이라도 통상의 절차를 거쳤다면 전격성이 부정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대상판결은 이러한 경영권에 관한 사항은 대부분 근로조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고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 여부를 구분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는 이와 관련된 쟁의행위의 발생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해발생과 관련해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가 전격성과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로 봐야 한다는 견해와 전격성과 손해발생을 각각 별개로 평가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대상판결은 전격성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한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즉,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해 막대한 손해 내지 심대한 혼란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이 전격적으로 쟁의행위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아울러 쟁의행위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지 않았다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상판결의 판시법리에 따른다면 단체교섭 과정에서 통상적인 절차를 거친 이후에 단순파업 방식으로 쟁의행위에 돌입한다면 당해 파업은 그 목적에 상관없이 더 이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게 됐다. 특히 철도사업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서 쟁의행위 기간에도 필수유지업무를 유지·운영해야 하고 철도사업의 특성상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동안 별도의 열차편성 등 업무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따라서 사용자의 예측이 불가한 쟁의행위는 사실상 발생하기 어렵다. 대상판결이 예상하는 단체교섭 등이 생략된 순수한 정치파업이 아니라면 향후 철도노조의 쟁의행위는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 없는 것이다.

4. 나오며

대상판결은 단순 파업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단체교섭 등이 전혀 예정할 수 없는 순수한 정치파업에 한정된다고 봤다. 그 절차에 있어서 흠결이 존재한다 해도 전후 사정을 고려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있다면 이 역시 전격성이 부정된다고 봤다. 이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쟁의행위의 범위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으로 단순파업에 있어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법리에 따라 철도노조가 행한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에 있어 직접적인 설시를 하지 않았으나 판결문 곳곳에서 공기업선진화정책반대·해고자복직·손해배상소송철회 등도 ‘직간접적’으로 근로조건에 연관된 것으로 봤다. 이는 향후 징계소송이나 손해배상소송에서 유리한 판시내용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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